[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온통 AI(인공지능)에 집중된 사이 전 세계에서는 또 하나의 대규모 투자 사이클인 산업 인프라 건설 붐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23일(현지시간) 산업 인프라 건설 붐은 전세계 각국의 국가 안보 및 경제적 회복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AI 투자 테마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각국 정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가 안보와 에너지 자립, 안정적 공급망 확보, 인프라 향상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에 의존적인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관세 정책과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을 이용한 무역 협상,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을 겪으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했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에 대한 안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인 벤자민 바는 "이제 안보가 모든 산업정책의 사실상 중심이 되고 있다"며 "세계 물류망을 뒤흔든 지정학적 분쟁과 AI 확산, 전력 수요 급증 등으로 산업 투자는 더 이상 정책 구상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산업 투자는 건설 현장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원자재, 엔지니어링 서비스, 신규 공장 건설이나 기존 공장 개선에 필요한 자동화 설비와 산업용 부품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이 결과 산업재 기업에 투자하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더스트리얼 셀렉트 섹터 SPDR ETF(XLI)는 지난 1년간 약 20% 상승했다. 산업재 업종은 통상 S&P500지수와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아 왔지만 현재는 한자릿수 중후반대의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다.
미국 제조업이 25년간 이어진 설비투자 부에서 벗어나며 산업재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올랐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산업 건설 붐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추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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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간스탠리의 미국 산업 리서치 팀장인 크리스 스나이더는 앞으로 20년간 미국 제조업에 10조달러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포함하지 않은 전망치다.
스나이더는 이같은 투자가 미국의 산업 경제 성장률을 현재의 제로(0) 수준에서 3% 이상으로 끌어올려 산업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을 약 30% 더 높일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제프리즈의 산업재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볼크만은 지금의 산업 투자 경쟁이 아이젠하워 고속도로망 건설과 냉전으로 인한 방위 및 우주 투자 확대, 기술 현대화와 교외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며 제조업 건설 붐이 일었던 1960년대와 비슷하다고 봤다.
미국 정부가 제조업 부활을 선포하며 먼저 투자를 시작하자 민간 투자가 유도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벤처캐피털 회사인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미국의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국방, 제조업, 항공우주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아메리카 다이너미즘 부서를 신설했다.
JP모간도 국가 안보에서 핵심적인 산업 분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분 투자를 진행할 목적으로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안보 및 회복력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이 프로그램은 로봇, 의약품 원료, 희토류, AI, 양자컴퓨팅, 사이버 보안, 국방 기술 등에 투자한다.
이에 따라 산업 투자 붐에 동참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테마 미국 제조업 및 리쇼어링 ETF(WELD)는 올들어 31% 상승했다. 글로벌 X 미국 인프라 발전 ETF(PAVE)와 아이셰어즈 미국 인프라 ETF(IFRA)도 투자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GMO 도메스틱 리질리언스 ETF(DRES)를 운용하는 샘 클라는 산업 투자 붐의 수혜주이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으로 엔지니어링 및 건설회사인 제이콥스 솔루션스를 주목하고 있다.
제이콥스는 AI가 사업 일부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장 평균 대비 약 2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클라는 "제이콥스는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정밀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시설을 건설하기 때문에 미국의 재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 붐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는 건설용 골재를 공급하는 마틴 마리에타 머티리얼스가 꼽힌다. 경제의 전력화와 디지털화에 핵심적인 원자재가 구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구리 관련 기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퍼스트 이글의 바는 멕시코의 최대 화물철도 회사로 구리 기업인 서던 코퍼 지분을 89% 보유한 그루포 멕시코에 주목했다.
장비 임대업체로 제조업 경기의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꼽히는 유나이티드 렌털스와 윌스콧 홀딩스도 대표적인 건설 수혜주다. 모간스탠리의 스나이더는 미국의 재산업화와 관련해 공장 자동화 기업인 록웰 오토메이션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기존 공장을 개조하거나 증설할 때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BCA 리서치의 수석 지정학 전략가인 매트 거트켄은 산업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우리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장기적인 흐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이는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추세로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되더라도 국가 안보와 공급망 재편, 제조업 부활을 축으로 한 산업 인프라 투자는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구조적 변화라는 것이 월가의 공통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