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의사결정 장악… 미국과 '종전 담판' 난항

양성희 기자, 정혜인 기자, 심재현 특파원
2026.04.27 04:00

美·이란 2차 협상 무산
내부 온건·강경파 갈등 '발목'
트럼프 "더 나은 제안 받았다"
美 경제압박속 대화의지 여전

파키스탄을 방문 중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25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 키맨’으로 불리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회동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로이터=뉴스1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이 무산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으로부터 더 나은 새 문서를 받았다고 말하는 등 대화의 불씨를 남겨두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강경파가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왔다. 이란 역시 대화의 불씨는 끄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이란 측과 만나려던 우리 대표단(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등)의 방문일정을 방금 취소했다"고 썼다. 이어 "이란 지도부는 엄청난 내분과 혼란에 휩싸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란에선 협상대표단을 이끄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지난 24일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를 만나 이란의 입장을 전달한 뒤 출국했다. 그는 X에 "파키스탄 방문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썼고 이란 언론은 그가 종전 관련 이란의 '원칙적인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의 만남은 일단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쪽 다 여지는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후 이날 취재진에게 "미국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한 지 10분도 안돼 (이란으로부터) 훨씬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외무부 발표를 인용, 아라그치 장관이 오만에서 일정을 마치고 26일 파키스탄으로 돌아와 협상단에 합류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종전협상의 핵심쟁점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강경파 군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사실상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온건파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는 25일 발표한 이란전쟁 관련 보고서에서 아흐마드 바히디 총사령관을 비롯한 IRGC가 이란 지도부 내 의사결정 라인을 장악하고 합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과 진전 있는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IRGC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쟁연구소는 "요구를 관철하면서 협상을 지연하는 IRGC의 협상패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대로라면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끄는 이란 협상대표단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1일 1차 회담에서 이란대표단이 논의 의사를 밝힌 사안과 관련, 미국이 구체적으로 요구하자 (이란은)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합의를 위해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란 지도부의 내분이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란의 핵활동 제한은 종전협상의 핵심쟁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막강한 협상의 지렛대로 삼았다. 강경파의 태도변화가 뒤따르지 않는 한 원활한 협상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란도 전쟁으로 인해 경제·군사적 타격을 입은 만큼 협상을 계속 미룰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4일 이란산 원유수출과 연관된 중국 내 2위 민간 정유업체 헝리석유화학정유유한공사(헝리) 등 중국 정유업체와 이란의 '그림자선단'을 운영하는 40개 해운사 및 유조선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또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3억4400만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동결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작전에 따라 재무부는 이란이 자금을 창출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며 "이란 정권과 연결된 모든 금융생명줄을 타격하겠다"고 설명했다.

오는 28일이면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한 지 2개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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