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해상물류 급소… 한중일 수입 원유 80~90% 통과

양성희 기자
2026.04.27 04:00

'통행료 논란' 말라카해협
태평~인도양 잇는 최단 거리
통제땐 주변국 경제안보 흔들

말라카해협/그래픽=김현정

인도네시아가 말라카해협에서 이란 호르무즈해협처럼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철회하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무역·에너지 항로에 있는데도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말라카해협에 인접한 국가들은 반발했다. 26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싱가포르는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항해를 제한하거나 비용을 부과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발언의 당사자인 푸르바야 장관은 지난 24일 "진지하게 논의한 것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는 국제항로와 관련한 규칙을 명시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준수할 것"이라고 뒤로 물러섰다. 국제해역에서 모든 국가의 선박에 대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한 협약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협약은 인접국가의 통행료 부과행위를 제한한다.

말라카해협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말레이시아반도 사이에 위치한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최단거리로 잇기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수송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전세계 무역량의 약 40%가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이 수입하는 원유의 80~90% 정도가 이곳을 지난다. 해협이 좁고 길어 어느 한 부분이라도 막으면 통제가 가능하다.

이 해협이 막히거나 통행료를 내는 식으로 조건이 바뀌면 주변국에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비용뿐 아니라 경제안보에 대한 불안감도 높인다.

이번 논란의 발언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조치가 다른 해상의 길목을 차지한 나라들을 이른바 '초크포인트'(조임목)의 무기화 유혹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현실화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요충지가 얼마나 쉽게 무기화하고 그 여파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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