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자동차 기업이 유럽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중국 지리자동차(이하 지리)는 미국 포드의 유럽 현지 공장 생산을 통해 유럽의 고율 관세를 우회하고, 포드는 유휴 공장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협력이 성사될 경우 중국 자동차 기업이 미국의 생산시설을 통해 유럽 관세를 우회하는 사실상 첫 사례가 된다.
7일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과 로이터 등 서방 외신에 따르면 지리는 포드와 계약을 체결하고 포드의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 일부 생산라인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에서 생산할 지리 차량의 내부 개발명은 '135'이다. 업계에선 지리가 글로벌 시장용으로 준비중인 소형 전기 해치백 'EX2'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유럽 중·대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지리는 단순히 포드 공장 일부 라인에서 자사 차량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해당 모델과 같은 플랫폼의 포드 차량도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자동차 기업이 생산 협력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로서 최종 결론이 나온게 없다"는 게 포드측 입장이다. 지리 유럽 측에선 "추측성 보도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디이차이징을 통해 "양사가 오래 전부터 접촉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종 계약 체결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양사가 이 같은 거래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이익이 상당히 명확해 계약 성사 가능성은 충분하단 반응이 나온다. 특히 지리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유럽연합(EU)의 고율 수입관세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 EU는 지난해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기본 수입관세 외에 국가별 상계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있다. 브랜드에 따라 총 관세율은 40%를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포드는 사실상 유휴 설비가 된 발렌시아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려 고정비 부담을 털 수 있다. 2024년 이후 발렌시아 공장에선 포드쿠거 단일 모델만 생산중이다. 2025년 기준 해당 공장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6% 감소한 9만8500대에 그쳤다. 이는 발렌시아 공장 연간 생산능력의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양사는 포드의 안방 시장인 미국에서의 협력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는 지리의 기술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미국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관련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구체적 이유는 공식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시장에서의 협력은 양사 모두에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차량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중국 자동차 업계의 시장 진입을 강력히 막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