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입에도 안 대는 트럼프, 시진핑 옆에선 꿀꺽?...중국 위상 보여준 장면

뉴욕=심재현 특파원, 베이징=안정준 특파원
2026.05.16 07:10

[미중 정상회담]트럼프 2박3일 방중 마치고 귀국

술을 마시지 않는 철저한 금주가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방문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 술을 마시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과 시 주석에 대한 외교적 경의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과거와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술 안 마시는 트럼프, 시진핑 옆에서 술 한모금…中 위상 보여줬다

/AFPBBNews=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 연설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이 식민지 시대 신문에 공자의 어록을 실었다"며 미국 건국 초기부터 중국 사상과 문화에 관심이 컸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시종일관 강조했다. 미국 철도 건설에 참여했던 중국 노동자들을 언급하면서 "중국인들이 농구를 좋아하고 청바지를 입는데 미국과 중국 국민은 공통점이 많다"고도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을 "친구(my friend)"라고 부르면서 시 주석 부부를 오는 9월24일 백악관으로 초청한 뒤 건배를 제의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건배주가 담긴 잔을 여러차례 치켜 세우더니 입에 가져가 한 모금 마신 뒤 술잔을 직원에게 건넸고 잠시 술을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삼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건배주는 중국 허베이산 장성(長城) 와인이다. 영어 표기로는 거대한 벽(Great Wall)이라는 뜻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장 연단에서 건배사를 한 뒤 지정석인 원형 테이블의 시 주석 옆자리에 앉아서도 술을 마시는 듯한 장면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금주로 잘 알려져 있다. 친형인 프레드 트럼프가 43세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것이 계기다. 술 대신 콜라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콜라를 주문하는 '콜라 버튼'을 만들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AP=뉴시스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최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선 미국에서 공수한 '다이어트 콜라'를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대통령의 건배 제의에 따라 샴페인 잔을 들었다가 입에 대는 시늉만 하고 콜라를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 주석과의 만찬에서 술을 마신 듯한 모습을 두고 중국과 시 주석을 존중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국 데일리메일 백악관 출입기자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형이 음주 문제로 사망했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의 표시로 한 모금을 마시며 시 주석에게 건배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이 9년 전 중국 방문 당시와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훨씬 더 강력해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술을 마셨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입만 댔거나 술잔에 술 대신 다른 음료가 담겨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AP통신은 이날 만찬으로 토마토 수프에 든 바닷가재, 바삭한 소갈비, 베이징식 오리구이, 제철 야채 조림, 겨자 소스에 천천히 익힌 연어, 티라미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갈비 메뉴가 잘 익힌 스테이크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만찬장 안팎에서는 미국 주요 기업인들의 행보도 화제를 모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정상회담 전 열린 인민대회당 환영 행사에서 몸을 360도 돌리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만찬장에는 여섯살 아들 엑스를 데리고 등장했다. 중국풍 상의에 호랑이 얼굴 장식 전통 가방을 든 아이의 모습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고요한 정원서 '장미 외교'…트럼프·시진핑, 'G2 2.0' 시대로

"아름다운 장미네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의 작은 장미 정원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걷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이 곳은 '징구(靜谷·고요한 정원)'로 불린다"며 "장미 씨앗을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아주 훌륭하다"고 말했다.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차담(茶啖)하고 있다. 2026.05.15.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마지막 일정인 중난하이 차담회에서 양국 정상은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공감했다. 경쟁을 줄이고 소통은 늘려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G2'의 새로운 관계 틀이다. 양국 정상은 1박 2일간의 일정 동안 무역은 물론 이란과 대만,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지정학적 이슈까지 논의했다.

이른바 '빅 딜'은 없었지만 이번 베이징 회동은 새로운 G2 시대의 탐색전이었다. 양국 정상은 오는 9월 시 주석의 미국 답방까지 베이징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견을 좁혀갈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장미"에 "씨앗 보내드린다"…중난하이에서 공감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난하이에서 이번 중국 방문을 역사적이고 이정표적인 방문이라며 양국이 합의한 새로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이번 방문은 하나의 이정표적 방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다수의 협력 합의와 국제 문제 관련 공감대를 도출했다고 밝힌 것으로도 전해졌다.

전일 인민대회당 정상회담 후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양국 관계의 새로운 틀로 삼는데 동의했으며 이는 3년 이상 양국 관계에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백악관 측에선 이에 관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이 중난하이에서 이를 직접 언급한 셈이다. 건설적 전략 안정은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 안정△경쟁이 절제된 건전한 안정△이견이 통제 가능한 상시적 안정△평화를 기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안정이다.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함께 걷고 있다. 2026.05.15. /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 장소로 중난하이를 선택한 것은 자신이 2017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받은 환대에 대한 답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이곳은 나를 포함한 중국 당·국가 지도자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장소"라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지도부가 모두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세계 지도자들도 중난하이를 자주 방문하는가"라고 묻자 시 주석은 "매우 드물다"며 역사적으로 외교 활동 장소로 자주 사용된 곳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예를 들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와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훌륭하다"고 답했다.

징구에서 장미를 함께 본 양국 정상은 중난하이의 정원을 걸었다. 시 주석이 고목들을 소개하며 수령이 수백년이 넘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오래 사느냐"고 물었다. 이에 시 주석은 "일부 나무는 천년이 넘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장소다"며 "이런 곳이라면 익숙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략 안정 관계'…G2 새 관계 틀로 설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무역 논의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리가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며 우리는 매우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걸 원하지 않으며 해협이 열려 있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은 놀라웠으며 많은 좋은 성과가 있었다"며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중난하이에서 회동한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이란 문제에 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란 핵 문제 등을 포함해 각 측의 우려를 균형 있게 반영한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중동 지역의 지속 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에 관해선 시 주석은 전일 인민대회당 정상회담에서 "중국 개방의 문은 앞으로 더욱 넓게 열릴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더욱 넓은 발전 전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15일 베이징 중난하이를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6.5.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외교가에선 이번 베이징 회동을 통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단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의 '대만 레드라인' 언급이 단적인 예다. 시 주석은 전일 인민대회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두고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 심지어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양국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게 된다"고 말했다.

양국이 대등한 눈높이에서 논의를 나누기 시작한 증거란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베이징 정상회담은 두 위대한 나라의 만남이며 나는 이를 G2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을 양대 핵심 강대국으로 보는 G2 개념은 2005년 처음 나왔지만 미국 지도자가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베이징 회동에선 이처럼 양국의 새로운 관계 틀 설정을 제외하면 구체적 합의 사항이 없었단 시각도 있다. 양국은 시 주석의 다음 답방까지 무역을 포함한 다양한 핵심 의제에 대한 이견을 좁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오는 9월 24일 전후 미국으로 초청하며 "상호주의 무역처럼 우리도 상호주의적으로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난하이에서 "이곳에 오게 돼 영광이며 우리는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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