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성과를 위해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와 대중 전략 일관성을 흔들며 국제 안보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 협상 카드로 언급한 것을 두고 "구체적인 성과를 못 낸 데 이어 미국의 대만 정책은 물론 동맹 신뢰까지 위협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대만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며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에 대해 "좋은 협상칩"이라고 언급했다. 또 대만을 향해 중국으로부터 공식적 독립을 추진하지 말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한 이후에도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며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대만의 자체 방어 능력 유지를 위한 지원을 이어왔다. 또 이를 위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때 중국과 협의하지 않다는 원칙을 40년간 유지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시 주석과 회담에서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하며 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성과를 위한) 시 주석의 환심을 얻기 위해 매우 위험한 승부수를 던졌다"며 "이는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 신뢰성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미국산 항공기, 농산물 구매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만 무기 판매'가 언급됐을 것으로 봤다. 유라시아그룹의 아만다 샤오 중국 담당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중국으로부터 얻고자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를 사실상 무기한 보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영국 더선데이타임스는 이번 논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반도체 산업 견제와 연관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더선데이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사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의 신뢰보다 자신의 성과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미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대만 정책 기조도 거리낌 없이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 무기 판매 여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중 결과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좋은 소식은 아무 소식이 없는 중국 회담'(The Good-News-Is-No-News China Summit)이라는 사설을 통해 "만약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면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한 거부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는 이 지역 동맹국들에 미국의 나약함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인맥 중심 외교'의 위험성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불렀지만 중국은 거리를 뒀고 회담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맥 중심 외교'가 가진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어 "세계 무대에서 자신감을 키운 중국과 전략적 혼란에 빠진 미국 외교의 대비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