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와 진행해 온 군사 협의체 참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북미지역 안보환경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나토 체제의 한 축인 미-캐나다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 담당 차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서 "(캐나다는) 국방 공약 이행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미 국방부는 합동방위위원회(PJBD)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이 기구가 북미 공동 방위에 어떤 역햘을 하는지 재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위원회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미국과 캐나다가 북미 방위를 위해 설립한 군사 협의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퍼스트'(미국우선주의)를 비판한 캐나다의 태도가 이 같은 결정 배경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콜비 차관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지난 1월 다보스 영상 포럼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첨부했다.
해당 연설에서 카니 총리는 "최근 들어 강대국들은 경제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협상 카드로, 금융 인프라를 강압 수단으로, 공급망을 취약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강대국들이 권력과 이익을 무제한으로 추구하기 위해 규칙과 가치라는 허울을 버린다면 동맹국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압박이 거세던 때다. 이에 카니 총리는 상호 관세와 품목별 관세, 각종 무역 제한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콜비 차관은 그러나 캐나다가 이렇게 말하려면 국방력 증대 등 실질이 따라야 하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엑스에서 "이제는 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외면할 수 없다"고 썼다. 또 "대륙 공동 방위를 실현하려면 우리가 공유하는 지리적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며 "스스로 방위 역량에 투자해야만 미국가 캐나다 모두 안전 속에서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콜비 차관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캐나다 국방 공약 이행은 국방비 지출 계획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고, 나토는 2035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도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증액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다만 카니 총리는 국방비 증액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재정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최근 취재진으로부터 재정 계획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자 카니 총리는 "그 부분을 바로 밝히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며 "현 시점에서 그렇게까지 멀리 내다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당장은 트럼프 행정부 요구에 맞춰주고 있으나, 미국 정세 변화에 따라 재정 방침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올해 초 카니 총리와 캐나다 국방부는 국방비 지출을 GDP의 2%로 올린다는 단기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