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억은 있어야"…'연금 천국' 호주인도 노후 걱정 커진다, 왜?

정혜인 기자
2026.06.01 21:39

CFS "호주인 적정 노후 자금, 100만호주달러 이상",
1년 전 81만7000호주달러 대비 22% 이상 증가…
"고물가 장기화 속 가족부양 등 여러 부담에 직면"
"여성, 경력단절 등으로 남성보다 은퇴 불안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호주인들이 생각하는 적정 노후 자금 규모가 1년 새 22% 이상 늘어나고, 희망 은퇴 연령보다 4년 더 일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 장기화에 '연금 천국'인 호주에서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깊어졌다는 평가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연금·자산운용사 콜로니얼 퍼스트 스테이트(CFS)가 호주 성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편안한 노후 생활을 위해 평균 100만호주달러(약 10억8278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설문조사의 81만7000호주달러 대비 22%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응답자들은 또 은퇴 연령을 62세로 희망하면서도 실제 66세까지는 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호주의 연금 자산 규모는 4조5000억호주달러(4870조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은퇴 시스템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호주인들 역시 은퇴 이후 재정 상황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250만명의 호주인이 은퇴 대열에 합류할 예정으로, 자산운용업계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사 포 CFS 은퇴·성장 부문 상임이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생활비는 계속 오르고, 인플레이션도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가족을 부양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지원해야 하는 등 호주인들이 여러 부담에 직면했다"며 "이들은 이제 자신의 퇴직연금 잔액을 수시로 확인하며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미국-이란 전쟁 이전부터 고물가에 시달려 왔고, 중동 분쟁으로 고물가 압박은 한층 심화했다. 지난 4월 호주의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4%로 중앙은행 목표치(2~3%)를 넘어섰다.

/로이터=뉴스1

조사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들이 노후 대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여성 응답자는 62%에 달했지만, 남성은 48%에 그쳤다. 포 상임이사는 "여성들의 이런 불안은 여성이 평생 버는 평균 소득이 남성보다 낮다는 데 있다"며 "통계적으로 여성은 (임신·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은 남녀 임금 격차, 자녀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 가사책임 병행에 따른 파트타임 및 계약직 근무 등으로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적은 연금으로 은퇴한다.

호주의 퇴직연금은 고용주가 근로자 임금의 일정 비율을 의무 적립하는 구조다. 적립 비율은 도입 초기 임금의 3%에서 현재 12%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재직 기간이 길고 연봉이 높을수록 은퇴 시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호주 남성 60~64세의 연금 자산 중간값은 약 22만호주달러지만,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16만3000호주달러에 불과하다.

한편 지난해 10월 자료 기준 연금 계좌에 3만호주달러를 보유한 30세 중위 소득 근로자가 67세에 은퇴하면 61만호주달러의 자산을 축적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호주연금기금협회(ASFA)가 추산한 67세 은퇴 시 필요한 자산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현재의 물가 상승 속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체감하는 필요 자금과 차이가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ASFA가 추산한 67세 기준 안락한 노후를 위한 표준 필요 자금은 1인 가구는 63만호주달러, 부부 가구는 73만호주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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