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17일 오후 2시(미국 동부시간), 한국시간 18일 오전 3시에 나온다.
워시의 데뷔전인 이번 FOMC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금리 결정 자체다. 이번에도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는 3.5~3.75%로 동결될 것이 사실상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눈길은 연준이 올해 하반기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와 워시 의장의 향후 연준 운영 방식, 특히 시장과의 소통 스타일은 어떤지에 쏠려 있다.
향후 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3가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첫째는 FOMC 성명서에서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시사하는 표현의 삭제 여부다.
지난 4월 FOMC에서는 12명의 투표 위원 중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3명이 FOMC 성명서에 완화적 정책 편향이 포함되는 것에 반대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표현은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의 규모와 시기를 검토함에 있어서 위원회는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변화하는 경제 전망, 리스크 요인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문장이다.
"추가 조정"이란 문구가 지난해 12월 3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할 때부터 사용됐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이 표현은 올해 내내 성명서에 포함됐는데 이번에 사라질지 주목된다.
지난 5월20일에 공개된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비투표위원까지 포함한 19명의 회의 참석자 중에서 상당수 위원들이 성명서에서 완화적 편향의 문구를 완전히 삭제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는 인플레이션 전망치다. 이번 FOMC에서는 성명서와 함께 경제전망요약(SEP)이 발표된다. SEP는 연준 위원 19명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치 중앙값을 담고 있으며 금리 전망은 점도표로 따로 작성돼 공개된다. SEP는 분기마다 한번씩 나온다.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지난 3월에 비해 높아졌다면 이는 연준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긴축 쪽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한다.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향후 더 가능성 있는 정책 옵션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셋째는 연준 위원 19명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다. 지난 3월에 발표된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이 한번의 금리 인하였다. 19명 중 올해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4월 FOMC 때 성명서에서 완화적 정책 편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던 3명의 연은 총재들이 연내 금리 인상에 점을 찍을 공산이 높다. 연준 위원 과반수가 현재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예상한다면, 즉 전망치 중앙값이 올해 한번의 금리 인상으로 바뀐다면 이는 시장에 강력한 긴축 시그널이 된다.
반면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이 동결이라면 최근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워시의 시장 소통 스타일과 관련해선 일단 점도표를 주목해야 한다. 그는 점도표 공개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연준이 생각하는 금리 경로를 미리 공개하는 것이 유연한 정책 결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워시 의장이 점도표에 자신의 금리 전망을 표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만약 점도표에 점이 하나 빠져 있다면 이는 워시 의장이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에 반대해온 워시 의장의 향후 개혁 방향을 보여주는 변화일 수 있다.
예일대 교수이자 연준 통화정책 국장을 지낸 빌 잉글리시는 "(워시 의장 외에도) 점도표를 좋아하지 않는 위원들이 있을 수 있다"며 "그들도 (워시 의장을 따라)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센추리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샴은 워시 의장과 일부 위원들이 점도표 작성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연준 내부의 매파적 전환을 숨기려는 시도"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점도표 작성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연준의 내부 논쟁을 숨기려는 것으로 여겨진다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워시 의장의 향후 연준 운영 방식과 소통 스타일은 18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19일 오전 3시30분)에 열리는 그의 첫 기자회견에서 좀더 적나라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 연준에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첫 기자회견부터 극적인 개혁안을 발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연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가장 먼저 무엇부터 바꿀 것인지 등 레짐 체인지의 구체적인 내용과 우선순위의 윤곽은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점도표를 포함한 SEP의 존속 여부, 매 FOMC 때마다 열리는 기자회견의 축소 여부, 새로운 인플레이션 지표 도입 여부, 연준이 보유한 국채 축소 여부 및 축소 규모 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물론 투자자들은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도 가늠하기를 원하겠지만 연준도 향후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히 전망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포워드 가이던스 자체를 반대하는 그의 성향상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유의미한 힌트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시장의 또 다른 관심은 연준의 매파적 기조 강화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다고 해도 이미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연준의 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비둘기에서 매로 더 가까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2분기 이후 S&P500지수는 15.8% 올랐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4.0%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85.8% 뛰었다. 모간스탠리의 전략가인 마틴 토비어스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활용해 기술주 비중을 확대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주식시장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배당을 포함한 S&P500지수의 총수익 선물과 연준의 담보부 익일물 금리(SOFR) 사이의 스프레드로 측정한 자금 조달 비용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은행들의 주식 담보 단기 대출 규모는 약 223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토비어스는 지난 1년간 주식시장의 자금 조달 규모가 50% 이상 늘었고 이 자금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 섹터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미 주식시장에 투자된 대출 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이고 자금 조달 비용도 사상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 선회는 기술주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비어스는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이 투자자들의 매수 포지션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현재 주식시장의 "명백한 취약성"이라며 "최근 상승 모멘텀을 증폭시켰던 동일한 수급 요인들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고 추가 매수에 나서던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축소하기 시작한다면 위험자산의 하락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18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는 지난 5월 소매판매도 발표된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동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8% 증가해 호조세를 보였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