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재봉쇄를 선언하고 미국이 맞불을 놓는 등 종전협상이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두 나라 협상단이 모두 스위스에 도착하면서 협상판은 깨지 않았다. 치열한 주도권 다툼 속에 양국은 아슬아슬한 대화에 나선 모양새다.
◇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미군 "선박통항 중"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과 맺은 종전 MOU(양해각서) 제1조 불이행을 이유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해 폐쇄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지적한 것이다. MOU 1조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레바논 국영통신 NNA는 이스라엘이 휴전합의에도 레바논 남부를 공습해 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스위스 외무부가 X를 통해 "이란대표단이 스위스에 도착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란은 본협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MOU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협상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미 중부사령부의 팀 호킨스 대변인(해군 대령)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통과가 계속되고 미군은 이런 상황이 유지되도록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란의 주장을 반박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스위스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공습한 것과 관련, "보도와 달리 실제로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면서 "핵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레바논 휴전문제에서도 진전을 이루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측 기싸움…"이란, 경제문제 집중"
밴스 부통령은 21일 스위스에 도착해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협상단에 합류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의 MOU 체결 후속 협상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직전까지 상황처럼 양국은 성과를 내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에 "휴전기간인 60일 동안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는 없을 것이고 60일이 만료된 뒤에도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중동국가들의 수호천사로서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로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한 목적으로 그것(통행료)이 미국에 의해, 미국을 위해 부과되는 경우는 예외"라고 썼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이 '모든 선박은 PGSA가 승인한 유효한 보험증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문서를 공개했는데 MOU로 인한 60일 휴전 이후 보험가입 의무화로 국제법을 우회해 일종의 통행료를 걷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이 중점을 둔 핵문제가 아닌 동결자금 해제 등 경제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의 협상단에는 압돌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하미드 보르드 석유부 차관 겸 석유공사 사장이 포함됐는데 20일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에 대해 "MOU 중 이란경제 지원부분을 논의할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쟁연구소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빌미 삼고 호르무즈해협을 협상 지렛대 삼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9일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미국이 카타르에 묶인 이란자금 60억달러를 풀어주면 이란 중앙은행이 식량, 의약품 구매 등 인도적 지원목적으로 쓰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동결된 이란자금 약 1000억달러(약 153조원) 중 일부로 당초 이란의 원유판매 대금으로 한국에 있었다가 2023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5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카타르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