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토 야망이 또 다른 '매물'을 향하고 있다. 인도양 한복판 여러 섬들이 모인 '차고스 제도'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모리셔스로부터 인도양의 영국령 차고스 제도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차고스 제도 가운데서도 미국의 핵심 군사기지가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섬이 주목된다. 중동과 동아프리카, 인도·태평양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과 미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초크포인트'라는 의미가 있다.
차고스 제도는 모리셔스 북동쪽에서 약 1600km 이상 떨어진 6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다. 면적만 놓고 보면 세계 지도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섬들에 불과하지만 전략적 가치가 상당한 위치다.
냉전 시기 미국과 영국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공동 구축했다. B-52 전략폭격기와 B-1B, B-2 스텔스 폭격기 운영이 가능한 활주로와 대형 군함 수십 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항만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 신호 정보 및 위성통신 시설이 집중돼 중동과 인도·태평양 작전을 연결하는 미군의 글로벌 정보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디에고 가르시아가 인도양 중앙에서 중동과 동아프리카, 남아시아를 동시에 작전 범위에 둘 수 있다며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르무즈 해협과 아덴만, 홍해를 연결하는 주요 해상 교통로 감시도 가능하다. 세계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길목과 가까워 군사적 가치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크다는 평가다.
원래 차고스 제도는 영국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의 일부였다. 그러나 1965년 모리셔스의 독립을 앞두고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분리, 별도 행정구역인 '영국령 인도양 지역'(BIOT)으로 편입했다. 이 때문에 1968년 모리셔스의 독립 후에도 차고스 제도는 영국령으로 남았다.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영국의 차고스 제도 통치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권고 의견을 내고, 유엔 역시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영국은 모리셔스와 차고스 제도 반환 협정을 체결한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는 대신 미영 합동군사시설이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최소 99년 통제하고 그 대가로 연간 1억100만파운드(약 2058억원)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은 영국과 모리셔스의 협정 체결을 지지했다. 그러나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며 영국에 협정 파기를 압박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3월21일 디에고 가르시아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 표적이 됐다. 이란이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 중 하나는 비행 중 실패했고, 나머지 한 발은 미군에 의해 요격됐다. 당시 공격은 이란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갖추고 인도양 중앙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음을 보인 사건이다.
이란의 공격시도 후 미국의 차고스 제도 매입설이 거론됐지만 매입 검토의 가장 큰 배경은 중국으로 꼽힌다. 모리셔스는 지난 10년간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며 대규모 자금과 인프라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내에선 모리셔스가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완전히 갖게 되면, 이후 중국이 모리셔스와의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인도양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영국-모리셔스 협정 관련 "중국과 러시아가 (영국의) 이런 나약한 행위에 주목하지 않을 리 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영국이 이처럼 극히 중요한 영토를 (모리셔스에) 내주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라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또 하나의 국가 안보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외교전문매체 모던디플로머시는 "미국은 중국이 모리셔스의 '차고스 제도 주권'을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최악의 경우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 구축된 미군의 위성 통신망과 신호 정보 등 핵심 군사 기밀이 중국 수뇌부로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