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초크포인트]② 파나마운하
중동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아시아-북미 항로의 핵심 관문인 파나마 운하가 이례적인 호황을 맞았다.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으로 미국산 원유 수요가 급증하자 이를 실어 나르려는 유조선들이 파나마 운하로 대거 몰린 영향이다.
파나마는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을 실처럼 잇는 좁은 국토에 운하를 만들었다. 특히 미국에게 파나마 운하는 핵심 해상 물류로이자 전략적 안보 거점이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등 초크포인트(조임목)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파나마 운하가 갖는 전략적 가치도 한층 부각되는 모습이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약 82㎞의 갑문식 운하다. 미국 원유 생산의 중심지인 멕시코만 연안과 최대 소비처인 아시아를 잇는 최단 경로다. 예컨대 멕시코만 연안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해 일본을 가자면 거의 두 달이 걸리지만 파나마 운하를 통하면 약 한 달로 단축된다. 전세계 해상 무역량의 약 5%가 통과하지만 글로벌 물류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아시아 정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자 미국산 원유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파나마 운하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월 들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미국산 원유 수송량은 하루 20만배럴을 넘어서면서 4년만의 최대치에 근접했다. 병목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인공 수로인 파나마 운하는 20만톤급 이상 초대형 유조선(VLCC)을 수용할 수 없다. 대형 유조선이 희망봉을 지나는 경로로 원유를 실어올 때까지 5만~8만톤급 유조선이 셔틀처럼 반복 운항하며 부족한 물량을 메우는 상황이다.
최근 운하 진입을 위한 대기 시간은 4일을 넘어섰고 대기열을 건너뛰기 위한 우선통행권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주요 원유 운송업체들은 300만달러(약 40억원) 넘는 웃돈을 지불하며 우선통행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란 전쟁 전과 비교해 3배 넘게 올랐다. 특히 액화석유가스(LPG) 등 일부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의 경우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예컨대 대만 유사시 파나마 운하는 미 동부 해안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군함과 보급선의 주요 항로가 될 수 있다. 서반구를 미국의 독점적 영향권에 넣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운하 운영과 인근 항만 및 물류 인프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직후 파나마 운하가 중국의 통제 아래 놓여선 안 된다며 운영권 회수를 공언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파나마를 택하기도 했다. 미국의 압박 아래 지난 1월 파나마 대법원은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보유한 파나마 운하 발보아·크리스토발 항만 운영권을 무효화했다. 미국으로선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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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중국은 "중국·홍콩 기업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결정"이라며 반발, 중국 항구에 입항하는 파나마 국적 선박을 억류하는 등 보복성 압박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프랑스가 공사를 시작했고 미국이 공사를 넘겨받아 1914년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약 2만5000명이 목숨을 잃을 만큼 난공사였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운하를 운영하다가 1999년 파나마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최근 수년 사이 엘니뇨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강수량 감소로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박 통항이 제한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