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 대만 증시에서도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면서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1년간 대만 증시는 100% 넘게 상승하며 영국, 캐나다, 인도 증시를 제치고 세계 5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AI 반도체 핵심 생산기지인 대만에 글로벌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시장 상승세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증권계좌 개설이 급증하고 거래량 폭증으로 증권사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특히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눈에 띈다. 지난 1년간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은 160% 급증해 2000년 닷컴버블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당시 버블 막판 1년간 증가율(50%)은 물론 최근 한국의 신용융자 증가율(94%)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6세 무직자인 앤디 청은 빌린 돈까지 보태 약 6만 달러(약 9000만원) 규모의 대만 기술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어떤 주식을 사든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열풍에 중앙은행 국채 경매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달 3일 국채 경매에서 사상 처음으로 목표 물량이 다 팔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 자금을 증시에 쏟아부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출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부 증권사는 자체 한도에 도달해 담보 비율을 높이고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대만 국립중앙대 경제학과의 다크란 우 교수는 "대만 증시는 명백히 과열 상태"라며 "급격한 조정이 발생할 경우 주식을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젊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상 신호도 감지된다. 이달 들어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 대금을 치르지 못한 규모는 20억대만달러(약 970억원)를 넘어섰다. 집계가 시작된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AI 투자 열기가 식을 경우 충격은 증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증권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가계 소비가 둔화하는 것은 물론 수출 감소를 통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낙관론도 여전하다. 주요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대만 증시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