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미국 로봇 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컨벤션센터.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확연한 분위기 변화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시장의 주인공은 백플립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하지만 올해 무대는 달랐다. 화려한 춤사위보다는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손, 물류창고용 자율이동로봇(AMR)이 전시장을 메웠다.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투입되는 기술'이 중심이었다.
콘퍼런스 발표 내용도 달랐다. 기술 완성도를 강조하던 1~2년 전과 달리 기업들은 생산라인 투입 이후의 비용 구조와 수익성에 집중했다. 아마존, 테슬라, GM(제너럴 모터스), 셰플러 등 내로라하는 제조업체의 로봇 전략 담당자들이 로봇 실전 배치 노하우와 숫자를 들고 나왔다. 미국 로봇 산업의 초점이 수익성과 효율, 안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그래서 돈이 되나"를 물었다.
'아마존 효과'가 컸다. 이런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아마존에 업계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에 100만번째 로봇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아마존 로보틱스의 전신인 키바 시스템스를 인수한 지 13년 만이다. 현재 아마존이 도입한 로봇은 300개 이상의 물류시설에서 상품 운반, 선반 이동, 분류, 포장 작업을 수행한다. 아마존은 이 로봇군을 제어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모델 딥플릿까지 도입해 로봇 이동 효율을 10%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로봇의 가치가 감탄을 넘어 수익성으로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아마존이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초기 물류 로봇은 단순히 무거운 선반을 옮기는 자동화 장비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율이동로봇(AMR)은 창고 내 병목 구간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로봇팔은 상품을 집어 올리며 AI는 전체 동선을 최적화한다.
특히 로봇 1대의 성능보다 수천, 수만대가 동시에 움직일 때 전체 물류 흐름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아마존의 경쟁력이 됐다. 아마존 로보틱스의 아론 파니스 총괄은 "연구실에서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라 수천, 수만대 규모의 물류 환경에서 멈추지 않고 복원력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라며 "로봇의 완전한 자율성보다 예외 상황에서도 시스템 전체가 유지되는 복원력이 실제 산업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최신 자동화 전략도 흥미롭다. 최근에는 패키지 이동 자동화만이 아니라 인력 배치 자체를 AI가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어느 작업 구간에 사람이 과잉 배치됐는지, 어느 구간이 병목인지 실시간으로 계산해 노동시간을 줄인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연간 690만 시간의 비효율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물류 로봇 분야의 1인자라면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 실전 배치로 주목받는다. 텍사스 기가팩토리와 프리몬트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투입, 배터리 셀 이송이나 정밀 조립 같은 반복 공정에서 실전 데이터를 쌓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았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상태다.
물류 로봇이나 기존 산업용 로봇이 특정 작업에서 최대 효율을 내도록 설계됐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범용성 덕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머지않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