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조각에 로봇들 줄지어 '뚝'…완전자동 무인공장의 환상 깨졌다

뉴욕·보스턴=심재현 특파원
2026.06.24 14:45

[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1-②

[편집자주]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사진=언스플래시

#2025년 미국 텍사스 테슬라 기가팩토리. 수십대의 자율이동로봇(AMR)이 부품을 실어나르는 자동화 시스템이 갑자기 멈춰섰다. 누군가 바닥에 흘린 피자 한조각에 로봇 1대가 멈춰서면서다. 뒤따르던 로봇들이 연쇄적으로 멈추면서 물류 흐름이 순식간에 끊겼다.

1년 전 테슬라 공장을 수차례 멈춰세운 실제 사고다. 공장 바닥의 음식물, 삐뚤어진 박스, 예상 밖의 장애물, 규격에서 1㎝ 벗어난 부품.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오차가 로봇에는 판단불가능한 변수인 탓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보스턴 로보틱스 서밋에서 만난 테슬라의 AMR 배포 담당 엔지니어 조슈아 조셉은 "테슬라가 완전자동화 공장의 환상을 벗어던진 게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 경험상 어떤 자율 시스템도 사람의 개입 없이는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완전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을 최소비용으로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현실은 미국 로봇산업의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미국은 사람 없는 무인(無人) 공장에 '올인'하지 않는다. 로봇을 사람의 대체재가 아니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협업 도구로 다루기 때문이다. 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맡고 사람은 판단과 감독에 집중한다.미국이 그리는 미래형 공장은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장에 가깝다.

/구글 제미나이 이미지 생성

완전자동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이른바 '마지막 1%'다. 로봇이 99%의 작업을 문제없이 수행하더라도 남은 1%의 예외 상황은 시스템 전체를 흔든다. 문제는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1%'를 해결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물류 로봇 기업 브라이트픽의 공동창업자 얀 지즈카는 "무한한 예외 상황이 존재하는 한 오류율 0%의 완전 자동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간당 5만건을 처리하는 대형 물류센터에서 오류율이 10만분의 1에 불과해도 하루 수차례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지막 1%의 오류를 없애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며 "목표는 완벽한 로봇이 아니라 사람보다 덜 실수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로봇업계의 이런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현실화한 곳이 테슬라, 아마존을 비롯해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의 물류창고다. 밤에는 로봇이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집어 모으고 낮에 출근한 직원은 포장과 검수, 예외 처리에 집중한다. 로봇이 속도와 체력을 담당한다면 사람은 판단과 복구를 담당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이 완전 자동화보다 현실적이면서도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판단이다.

마라톤, 집단 군무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과 미국의 차이가 가장 드러나는 지점도 이 대목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계단을 오르고 백플립을 하는 영상으로 업계를 깜짝 놀래켰던 보스턴다이나믹스도 더 이상 이런 연출을 선보이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지난달 공개한 영상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23㎏의 냉장고를 안정감 있게 운반하는 모습이었다. 화려한 시연과 기술적 낭만보다 생산성이 오르는가, 안전한가, 돈이 되는가가 현장의 기준이 됐다.

로버스트AI의 공동창업자 앤서니 줄스 최고경영자(CEO)는 "물류의 핵심은 물건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상자를 운반하는 환경에서는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보다 바퀴 기반 장치가 훨씬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과 효율, 안전을 위해서라면 휴머노이드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산업계가 휴머노이드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작업 환경에 맞는 형태를 선택하는 이유다.

더 중요한 변화는 로봇에 대한 현장 작업자들의 태도 변화다. 로봇을 먼저 도입한 산업 현장에서부터 로봇이 대체하는 것이 직업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테슬라의 조셉 엔지니어는 "로봇 도입에 가장 반대했던 작업자가 지금은 가장 열렬한 로봇 찬성론자"라며 "지게차를 몰던 작업자들이 이제는 태블릿PC로 수십대의 로봇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관리자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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