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압박하는 4가지 악재…그래도 장기 전망은 낙관론 우세[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6.24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기술주가 이번주 들어 이틀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너무 올랐다는 인식,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매파적 전환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 막대한 규모의 AI(인공지능) 투자에 비해 불투명한 수익화 전망, 펀드들의 분기 말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AI 수혜주들이 버블이라는 진단은 소수 의견에 머물러 있다. 대다수는 미국 경제가 견고하고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들어 장기적으로 증시에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나스닥지수 추이/그래픽=임종철

반도체주 과열, 조정 불가피?

나스닥지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1.3%, 23일 2.2% 하락했다. 특히 23일엔 올들어 AI 랠리를 이끌며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여온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의 주가가 13% 이상 급락했다. 또 다른 급등 반도체주인 마벨 테크놀로지의 주가도 9% 이상 미끄러졌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의 주가는 이날 급격한 조정에도 올들어 상승률이 269%와 727%에 달한다.마벨도 올들어 주가가 228% 올랐다. 반도체주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해 90% 상승했다.

올 2분기 이후 별다른 조정 없이 이같은 급등세가 이어져온 결과 기술주는 조정에 취약한 상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5거래일 중 4거래일 하락했으며 6거래일 연속 하루 등락률이 1%를 웃돌아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즈호의 주식 트레이딩 담당 매니징 디렉터인 대니얼 오리건은 이날 기술주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반도체주가 6개월도 안돼 2배로 급등한 것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주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이런 종류의 상승은 대개 조정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매파적 연준, 기술주에 부담

지난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내 금리 인상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올해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약 85% 반영돼 있다. 한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37%로 가장 높지만 두번 인상 전망도 34%에 이른다.

펀드스트랫의 리서치 팀장인 톰 리는 "시장이 연말까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점점 더 높게 반영하면서 금리가 주식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리사 샬렛은 AI에 투자되는 엄청난 규모의 비용이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더욱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줄리아 헤르만은 "반도체 기업들은 하이퍼스케일러들보다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더 크고 경기 순환적"이라며 "(반도체주는) 금리 인상에 더욱 민감할 수 있어 시장이 통화 긴축의 결과에 더 크게 영향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AI 투자, 수익성은 어느 정도?

기술기업들이 채권과 주식 발행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며 AI에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이 투자가 과연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지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제프리즈의 트레이딩 데스크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파부자는 "지난 2~3주 동안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들과 이들의 토큰 최소화 전략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많은 질문들이 수면 아래에서 커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샬렛은 AI 모델들이 점점 더 서로 대체 가능해지고 범용화되면서 결국 가장 저렴한 모델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라며 이는 AI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경기 순환적이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AI 투자가 높은 수준의 수익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키운다.

분기 말 포트폴리오 조정

최근 기술주 불안을 부추긴 앞선 3가지 이유들은 이전에도 제기됐던 불안 요인이다. 그럼에도 지금 유독 기술주가 흔들리는 이유는 시기가 2분기 말이자 상반기 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펀드매니저들이 분기 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 기술주가 매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헤지펀드 고객들은 지난주부터 리스크 노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조정-장기 상승 견해가 대세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최근의 기술주 약세를 급등 뒤에 찾아오는 "숨 고르기"로 규정하며 "AI 혁명은 야구 경기로 치면 아직 3회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여러 차례 점검의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간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샬렛은 "상황을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주가 약세 때 나는 매도자가 되기보다는 매수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의 미국 주식 전략가인 베누 크리슈나는 올해 S&P500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25.2%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이라며 S&P500지수가 올해 말 7800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티펠의 애널리스트인 토마스 캐롤도 주식시장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술주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긴 했지만 S&P500지수가 연말까지 7800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반도체주가 흔들리는 가운데 24일 장 마감 후(한국시간 25일 새벽) 마이크론이 실적을 발표한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반도체주의 추가 상승이냐, 추가 조정이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반도체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동향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24일 삼성전자 주가는 90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매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9.8% 급등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1.0%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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