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술유출' 걱정…中, 과학자 해외학술지 발표 축소 검토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7.06 09:27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 슈퍼컴퓨터 톈허2호(사진출처: 홈페이지 캡처/뉴시스)

중국이 과학자들의 해외 학술지 연구 성과 발표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 학술지 성과 발표가 산업·기술 혁신의 해외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대학과 연구기관이 교수 승진과 종신재직권 심사 과정에서 국제 학술지 게재 실적을 반영하는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배경은 기술 유출 우려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달 한 연구자가 국제 학술지와 학술대회에 논문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술적 세부 사항'을 유출했다고 비판했다. 관련 소식통은 FT를 통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연구 평가 시스템이 SCI 논문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데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연구자의 승진과 경력 발전을 SCI 논문 실적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네이처 같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승진과 연구비 지원, 기관 평가의 핵심 기준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해외 학술 출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영향력 있는 연구를 중국 학술지에 발표하도록 장려하기 시작했다.

국제 과학 출판사의 한 임원은 FT를 통해 올해 초부터 중국에서 접수되는 논문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 6월 국제 학술회의 발표, 해외 학술지 투고, 국제 학술교류, 해외 공동연구는 모두 '공개 전 심사'와 '대외 발표 전 승인' 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연구자가 작성한 논문은 2024년 전 세계 SCI 논문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20년 전 약 5%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국제 공동연구와 해외 학술지 발표를 중시하던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이 해외로의 지식 공유를 엄격히 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증거라는게 FT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퀸시연구소의 데니스 사이먼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과학 시스템은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형'에서 '강대국형'으로 전환됐다"며 "국가안보를 지키면서 동시에 과학기술 위상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자국의 지식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핵심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중국 과학자들은 이처럼 강화된 심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한 연구자는 FT를 통해 "중국이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선 만큼 해외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과거보다 줄었다"며 "핵심은 연구의 요지를 설명할 만큼만 공개하고 모든 것을 다 내주지는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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