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만 위안(약 1억원)급 플래그십 SUV 수준의 스마트 주행 기술을 15만 위안(약 3000만원)대 SUV에 적용했습니다"
지난 2일 저녁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복합문화공간 '서우촹 랑위안 스테이션'에서 열린 전기차 기업 샤오펑의 신차 발표회장.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젊은 운전자를 위해 '모나 L03'를 통해 세련된 디자인 뿐 아니라 업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주행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자 장내를 가득 메운 고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모나 L03'는 샤오펑이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선보인 컴팩트 전기 SUV다. 올해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64개 국가와 지역에 판매될 글로벌 전략 모델이다. 2014년 설립된 샤오펑은 자체 개발 AI(인공지능) 칩과 자율주행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중국 전기차 업계의 AI 경쟁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이날 출시 행사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변곡점 진입과 맞물려 개최돼 고객은 물론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올해 1~5월 중국 승용차 소매 판매는 711만대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5년래 최저 수준인 3.4%까지 떨어졌다. 신규 자동차의 60% 이상이 전기차여서 이 같은 통계는 곧 전기차 업계의 위기를 가리켰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 내수시장의 불문율이던 가격 인하 경쟁으론 더 이상 이익을 낼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때문에 샤오펑이 이날 모나 L03의 사전 예약 가격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시할지가 관건이었다.

허 회장은 "사전 예약 가격은 (트림별로) 14만 3800위안에서 16만 5800위안 사이로 책정됐다"고 말했다. 10만~20만위안대로 형성된 컴팩트 SUV 시장의 중간값이었다. 일단 파격적 가격 공세는 없었다. 허 회장은 '모나 L03'가 공략할 컴팩트 SUV 시장 관련, "약 300여개 모델이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샤오펑은 '중간값' 모나 L03를 앞세워 가격에 특히 민감한 젊은 운전자들이 핵심 고객층인 컴팩트 SUV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샤오펑은 가격 대신 스마트 주행 기술을 앞세웠다. 모나 L03에는 샤오펑 모델 중 처음으로 구체적 목적지 입력 없이도 AI가 주변 도로 상황을 판단해 자연스럽게 알아서 주행하는 '만유(漫遊)' 기능이 적용됐다. '시티워크(Citywalk)'와 같은 경험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으로 즐길 수 있는 '시티드라이브(Citydrive)'가 가능하단게 샤오펑 측 설명이다.
모나 L03는 운전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스스로 출발해 주차장을 빠져나온 뒤 운전자 위치 또는 지정한 장소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거나 건강 이상이 발생해 운전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AI가 자동 감속 후 안전한 위치를 알아서 찾아 이동한 뒤 정차하고 구조요청까지 수행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이 같은 스마트 주행 능력은 샤오펑이 자체 개발한 AI 칩 '튜링'의 대규모 적용을 통해 구현됐다. 허 회장은 "듀얼 튜링 칩으로 '1500 TOPS(초당 1500조 번의 연산)' 수준의 차량 연산능력을 15만 위안대 SUV에 탑재한 것"이라며 "이는 동급 차량 대비 20배 높은 성능"이라고 말했다. 앞서 허 회장은 "오는 8월이면 샤오펑의 'VLA(Vision-Language-Action, 차량 탑재용 AI 대모델)'가 실리콘밸리에서 운행되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 최신 버전인 V14.2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모나 L03은 30만 위안급 차량에 준하는 디자인, 편의성, 스마트 주행 기능을 갖추고 젊은 층을 공략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식 출시 행사는 오는 16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며 이때 중국 및 글로벌 정식 판매 가격이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