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국 축구대표팀 골잡이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북중미 월드컵 출전정지 결정 번복과 관련,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관련 요청을 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발로건에 대한 출전 정지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발로건이 경기 중 퇴장당한 상황은 반칙을 한 것이 아니고 선수들끼리 부딪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IFA는 전날 발로건에 대한 출전정지 처분 집행을 1년 유예한다고 미국축구협회에 통보했다. 발로건은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경기 중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다음 경기인 6일 벨기에와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지만 FIFA가 출전 정지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IFA의 발로건 출전정지 결정 유예가 트럼프 행정부의 조직적인 대처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당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책임자인 앤드루 줄리아니의 보고를 받은 뒤 참모진에 징계 철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발로건이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은 행위가 레드카드 사안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FIFA가 슬로모션 화면을 활용한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국축구협회가 해당 판정에 대해 규정상 항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며칠 후 인판티노 회장이 징계위가 재량을 발휘해 제재를 검토,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 27조를 적용해 출전 정지 처분이 철회될 것이라고 전화했다고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FIFA회장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 등은 물론 미국에서도 FIFA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앞에서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레드카드를 받은 것과 다음 경기 출전정지 결정이 과도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이 월드컵 공정성과 미국 대표팀에 대한 신뢰까지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었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선 애덤 킨징어 전 의원은 전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FIFA조차 트럼프 집안의 부패에 연루돼 있다"며 "미국이 우승한다면 공평하든 불공평하든 이제 그 기록에는 늘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스포츠채널 ESPN의 축구 전문기자 마크 오그던은 "미국이 벨기에를 이긴다면 세계 축구계는 전술적 승리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주최국이 배후에서 부패한 정치적 술책으로 규칙을 변경했다는 인식으로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반응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미 연방 상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 대통령이 그 터무니없는 레드카드를 없애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