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책은?

안재용 기자, 김윤희 PD, 신선용 디자이너, 우건희 PD
2026.07.09 18:05
[편집자주] 'Let美Inside'는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2026년 6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Freedom to Fix(자가 수리의 자유)' 메모랜덤(각서)에 서명했다. 자동차 부품 규제를 풀어 수리비를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배출가스 관련 부품은 사실상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 인증을 받은 것만 사용할 수 있었고, 이 인증이 1년 넘게 걸리다 보니 부품 부족으로 수리비가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보호국(EPA)에 30일 안에 규제를 풀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동차 부품 규제까지 걷어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호다. 미국 가정 살림이 그 정도로 한계에 몰렸다는 뜻이다.

황종덕 머니투데이 북미지역 총괄 담당 기자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M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미국 가계부채의 역사적 위치와 악화 배경, 정부의 대응 방식과 리스크, 그리고 한국 가계부채와의 비교 및 확장재정의 딜레마를 분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부채·신용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미국 가계 총부채는 18조 8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경 9140조 원(원-달러 환율 1550원 적용)이다. 사상 최고치이며 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미국 인구로 나누면 국민 1인당 평균 약 5만 5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으로,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다 포함한 수치다. 국가 단위로 보면 한국 정부가 1년 동안 쓰는 예산(728조 원)의 40배에 달하는 규모다.

/사진=황종덕 기자

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13조 1900억달러로 가장 크고, 자동차 대출 1조 6900억달러, 학자금 대출 1조 6600억달러, 신용카드 대출 1조 2500억달러 순이다. 전체 연체율은 4.8%다. 학자금 대출은 팬데믹 기간 유예됐던 상환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90일 이상 연체율이 전 분기 9.6%에서 10.3%로 단기간에 크게 뛰었다. 신용카드는 평균 연이율(APR)이 2022년 초 14%대에서 21%대로 급등해 고착되면서 원금은 그대로인데 이자만 쌓이는 리볼빙 악순환이 확산되고 있다. 모기지는 6%대 금리에 묶인 '락인 효과(Lock-in Effect)'로 집을 팔지도 사지도 않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이 느는 속도보다 이자 비용이 느는 속도가 더 빠른 구조, 이게 지금 미국 가계의 상황이다.

미국 가계부채가 심각하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유별나게 돈 관리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저축보다 소비를, 현금보다 신용을 우선하는 미국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2026년 초 기준 3~4%대로 1959년 이후 장기 평균인 8.4%보다도 낮다. 미국 성인의 약 60%가 '다음 월급이 들어와야 그달 지출을 메울 수 있다'는 이른바 '월급 대 월급(paycheck to paycheck)' 상태로 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금의 위기는 평소와 다른 이례적 상황이라기보다, 원래 신용 중심으로 돌아가던 소비 구조 위에 고금리·고물가·학자금 상환 재개라는 세 가지 충격이 동시에 겹치면서 그 구조가 감당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것에 더 가깝다.

/사진=황종덕 기자

그렇다면 지금 수준은 역사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반된 두 그림이 동시에 존재한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레버리지)로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85.8%에서 현재 60.3%로 오히려 낮아졌다. 2008년 이후 10년 넘게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과정을 거친 결과다. 문제는 부채 총액과 연체의 '질'이다. 18조 8000억 달러라는 총량 자체는 사상 최고치이고, 신용카드·자동차 대출의 연체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면서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레버리지는 낮아졌는데, 그 안의 특정 부위 통증은 위기 때보다 심하다는 뜻이다.

/사진=황종덕 기자

악화 과정은 네 단계로 정리된다. 2020~2022년 초, 팬데믹 재정지원과 초저금리로 저축이 급증하고 레버리지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21~2023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저축이 소진되고 저소득층의 카드 의존이 확대됐다. 2022~2023년,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카드 금리가 14%대에서 21%대로 급등했다. 2023년 10월~2024년 10월, 학자금 상환이 재개되고 유예 조치('온램프')가 종료되면서 연체가 일괄 반영돼 연체율이 10%대로 급등했다. 미국 가계부채는 전체 레버리지로 보면 2008년보다 훨씬 낮아진 '건강한 몸'이지만, 저소득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특정 부위에 무리가 온 상태가 지금 가장 정확한 진단이다.

미국 정부가 이 빚을 조정하는 방식은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출 총량을 직접 규제하지만, 미국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부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유도하는 '시장형 조정'을 한다. 첫째, 연준이 기준금리를 3.50~3.75%로 묶어 모기지·카드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가계가 스스로 신규 대출을 포기하게 만든다. 둘째,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카드 발급 기준과 자동차 대출 심사 기준을 스스로 높여 갚을 능력이 부족한 계층으로 흘러가는 자금줄을 민간이 알아서 잠근다. 셋째, 파산보호신청(Chapter 7·13) 절차로 감당 못 할 빚을 빠르게 상각 처리해 시장에서 지워버린다. 넷째, 'Freedom to Fix' 메모랜덤이나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연체료 상한 규제처럼 생활비를 낮춰 부채 상환 여력을 만드는 취약계층 핀셋 지원이 병행된다.

이 시장형 조정에는 세 가지 위험이 있다. 첫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다. 케빈 워시 의장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올해 근원 물가 전망치를 2.7%에서 3.6%로 올리고 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2%로 낮췄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둔화하는 조합이라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고, 가계의 고금리 부담이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 둘째, 신용 배제의 부작용이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지만, 자금이 가장 필요한 저소득층·청년층의 대출 접근성을 더 떨어뜨린다. 대출 문이 좁아질수록 이들의 파산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셋째, 소비 위축이라는 시한폭탄이다. 미국 경제의 약 70%가 민간 소비로 채워진다. 이자 비용이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구조가 이어지면 가계는 결국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고, 최근 뉴욕증시에서 자금이 방어주로 옮겨가는 흐름도 이런 소비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신호로 읽힌다. 미국식 시장형 조정은 부채의 거품을 걷어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의 고통이 먼저, 더 깊게 온다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진=황종덕 기자

미국의 위기가 저소득층·청년층에 집중된 '부분적 통증'이라면, 한국은 애초에 다른 종류의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88~90%대로 미국(60%대)을 크게 웃돌고 선진국 평균(67.0%)도 훨씬 상회한다. 대출 금리 구조도 다르다. 미국은 모기지의 약 90%가 30년 고정금리로 금리가 오를 때 신규 대출자만 충격을 받지만, 한국은 변동금리·혼합형이 위주여서 기존 대출자 대부분이 금리 인상을 곧바로 체감한다. 부채의 성격도 다르다. 미국이 소비·신용 중심의 생계형 부채라면, 한국은 가계 자산의 64.5%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중산층조차 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구조적 문제다. 미국이 '취약계층의 생계형 부채'라면 한국은 '경제 전반의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뇌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진=황종덕 기자

최상위·최하위를 뺀 중간층만 놓고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을 비교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준으로 한국 중간층(소득 2~4분위) 가구당 금융부채는 5636만 원,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금융부채만 반영해 가구원 수(2.2명)로 나누면 1인당 부채는 2562만 원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5241만6000원 대비 약 48.9%다. 미국은 연준 소비자금융조사(SCF) 2022년 데이터에 뉴욕 연은의 총가계 부채 증가율(2022년 4분기→2025년 4분기, +11.2%)을 보정한 추정치로 가구당 부채가 8만 9220달러이며, 가구원수(2.53명)로 나누면 1인당 3만 5265달러로 GDP 대비 약 39.4%다. 극단값을 걷어내고 순수 금융부채만 비교해도 한국의 1인당 부채 부담이 소득 대비 미국보다 약 1.24배 높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더 무거운 빚을 지고 있는 한국인데, 정부는 정반대 방향인 확장재정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예산은 '혁신과 포용의 재정'을 내걸고 총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짜였다. 배경 수치를 보면, 한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대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고 가계부채는 GDP 대비 89.6%로 선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반면 일반정부부채(D2)는 GDP 대비 52.5%로 선진국 평균보다 약 20%포인트 낮다.

이 수치를 두고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갈린다. 확장재정이 가계부채 위험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경로가 첫째다.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고, 국채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채 금리도 함께 오를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가계가 체감하는 대출 금리는 떨어지지 않는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 확장재정과 통화완화가 겹치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 원화 약세, 즉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반대로 정부 측 논리는 다르다. 그동안의 소극적인 재정 운용이 세계적 수준의 가계부채를 만든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쓸 돈을 안 쓰니 가계가 빚을 내서 그 공백을 메웠다는 논리로, 재정을 쓸 여력은 있는데 충분히 안 썼다는 설명이다.

/사진=황종덕 기자

관건은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전 국민 대상의 무차별적 현금성 지출보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인프라·기술 투자 중심으로 재정을 짜야 한다. 늘어난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가계부채를 더 키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재정 확대와 별개로 DSR 같은 대출 총량 규제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 셋째, 부채 위험이 가장 큰 저소득·청년층에는 재정을 통한 직접 지원을, 중산층 이상의 변동금리 대출자에게는 고정금리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금융을 늘리는 식으로 계층별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 확장재정 자체보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가 결국 관건이다. 생산성과 취약계층 쪽으로 흐르면 약이 되지만, 다시 부동산과 소비로만 흐르면 가계부채라는 기존의 병을 키우는 독이 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규제 하나까지 손대야 할 만큼 팍팍해진 미국 가계 살림, 그리고 그보다 더 무거운 빚을 지고 있는 한국 가계. 두 나라 모두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언제까지, 무엇으로 시간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미국이 고금리와 파산 제도로 부채의 거품을 걷어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면, 한국은 확장재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어떻게 쓸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미국의 오랜 경험도 그 답을 찾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채널M은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경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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