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도 추락하는 엔화…'1달러=160엔'은 뉴노멀이 되나

김하늬 기자
2026.07.12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31년 만의 최고금리에도 불구하고 40년 만의 엔저…역설은 어디서 오나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도쿄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도쿄 일본은행 본부 건물 위에 일장기가 휘날리고 있다. (자료사진) 2025.1.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렸지만, 시장은 엔화를 사지 않았다. 오히려 엔화는 40년 만의 최저권으로 밀렸다. 금리를 올리면 통화가치가 오른다는 교과서의 공식이 무너진 셈이다.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섰는데 통화가 약해지는 이 역설은 단순한 외환시장 변동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일본의 금리·재정·성장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BOJ는 지난 6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1%로 올렸다.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엔화는 반등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7월 6일 엔화가 달러당 약 162.07엔에 거래됐는데 이는 1986년(162.84엔) 이후 최저치였다고 전했다.

미·일 금리차라는 익숙한 설명은 이번 국면의 절반만 해명한다. 미국 고용 둔화로 달러 강세가 주춤했는데도 엔화는 반등을 지키지 못했다. 역대급 규모의 개입 효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장기금리가 뛰었는데도 엔화는 강해지지 않았다. 통상의 공식이 세 번 연속 작동하지 않은 것, 그것이 이번 국면의 핵심이다.

시장에선 이제 달러당 160엔대가 일시적 오버슈팅이 아니라 일본 경제의 새로운 균형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환율 수준 자체가 아니다. 왜 일본은 금리를 올려도 통화가 강해지지 않는 나라가 됐는가. 그 답은 금리차, 자본유출, 재정 리스크, 성장 정체가 한 방향으로 겹치는 구조에 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엔화 약세 흐름의 배경과 원인, 그리고 외환시장과 한국경제 영향을 짚어봤다.

방아쇠는 중동, 기름을 부은 건 '워시의 연준'

최근 엔화 약세를 다시 밀어붙인 직접적 촉매는 중동 불안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였다.

로이터통신은 7월 6일 엔화가 달러당 약 162.07엔에 거래됐는데 이는 1986년(162.84엔) 이후 최저치였다고 전했다/사진=investing,com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고 유가가 오르면 일본의 수입 비용과 달러 결제 수요가 동시에 커진다. 이는 엔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으로 이어진다. MUFG의 리 하드먼 수석 통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엔화 약세의 마지막 촉매제였으며, 최근 연준의 매파적인 정책 기조 변화가 이를 더욱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연준 변수도 결정적이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18일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재하며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지만,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을 완전고용에 앞서는 최우선 과제로 못 박았다.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지명한 의장이 매파로 돌아섰고,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도 연내 인하보다 인상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대법원이 6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재확인됐고, 이는 달러의 신뢰를 떠받쳤다. 이보다 앞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월 24일 장중 101.798까지 올라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상태였다. 지난해 '셀 아메리카' 속에 9.45% 급락(2017년 이후 최대 낙폭)했던 달러가 올해 3%대 반등한 것이다.

엔화 가치 하락이 달러 강세 국면의 일부라는 주장도 있다. LSEG에 따르면 엔화는 올해 달러 대비 약 3.9% 하락했지만 유로 대비로는 0.9% 하락에 그쳤다. 후지쓰의 마틴 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엔-유로 환율을 보면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엔화 가치 하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 고용은 5만7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11만명)을 크게 밑돌았고,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67%에서 50% 수준으로 내려왔다. 달러인덱스도 101 아래로 밀렸다. 금리차 확대 재료가 식었는데도 엔화는 반등을 지키지 못하고 나흘 만에 162엔대로 되돌아갔다. 달러가 강해서 엔화가 약한 것이라면 달러가 쉬어갈 때 엔화도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엔화가 반등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달러 바깥, 즉 일본 내부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차·자본유출·인구…'산수'가 만든 엔저

엔화 약세의 출발점은 여전히 미·일 금리차다. BOJ가 금리를 올렸어도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2.5%포인트를 넘는다. 엔화를 싸게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 구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AFP=뉴스1) = 일본 총리이자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총선에 당선된 자민당 후보 이름 위에 장미를 달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요미우리·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12시 15분 현재 양당의 의석 합계는 320석(자민당 294석, 일본유신회 26석)을 확보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AFP=뉴스1)

크리스티 탄 프랭클린템플턴연구소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CNBC에 "개입은 하락세를 늦추고, 투기적 과잉을 응징하고, 정부의 불편함을 알리는 신호를 보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산수를 바꿀 수는 없다"며 "투자자들이 엔화로 싸게 빌려 달러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한 캐리 트레이드는 계속 엔화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연준과 BOJ 사이의 신뢰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핵심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자본 유출이 겹친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해외투자 유출은 약 40조엔으로 경상수지 흑자(약 20조엔)의 두 배에 달한다. 벌어들이는 달러보다 나가는 엔이 두 배 많은 구조적 엔 매도 압력이 상존한다는 뜻이다. 특히 가계의 태도가 달라졌다.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계좌를 통해 연 10조엔가량을 해외 자산으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증권업협회(JSDA)가 지난달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일본 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NISA 누적 매수액은 5월 말 기준 9조엔으로 2년 전(6조6000억엔)보다 대폭 늘었다. JSDA는 이 계정의 절반 이상을 해외 투자금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인구 구조 변화라는 또 다른 변수도 언급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화의 실질 가치가 약 31년 전의 35%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BOJ가 집계하는 실질실효환율도 지난 4월 1980년 이후 최저까지 하락했다. BOJ 심의위원 출신인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교수는 이스트아시아포럼 기고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초래한 공급제약형 임금 상승이 겹치며 "달러당 160엔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본의 경제 구조 및 정책 기조와 점점 더 일관된 수준"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엔화 평가절하는 일시적인 변동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적·정책적 요인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내수의 의미 있는 강화나 정책 정상화의 명확한 로드맵 없이는 반등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BOJ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리를 올리면 엔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취약한 내수와 고령화 경제에는 부담이 된다. 시장이 보는 것은 "일본이 금리를 올렸다"가 아니라 "일본이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느냐"로 옮겨간다.

'다카이치 리스크'…외환 다음은 채권이었다

엔저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정책 리스크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강한 경제'를 내세우지만, 시장은 그 안에서 확장 재정과 통화정책 정상화 지연 가능성을 동시에 읽고 있다.

(에비앙레뱅 AFP=뉴스1) 김지완 기자 = 17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6.17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에비앙레뱅 AFP=뉴스1) 김지완 기자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공약으로 식품 소비세(8%)의 2년 유예를 내걸었다. 세수 5조엔이 사라지는 확장 재정이다. 다이와증권의 우에다 아키히로 수석 전략가는 닛케이에 "재정이 방만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엔화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30일 내놓은 엔화 전망 분석에서 다카이치 정부의 '고압 경제' 정책과 고유가가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을 키우면서 달러·엔 환율이 적정 가치로 추정되는 140엔대 중반을 크게 웃돌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매파 기조가 이어지는 한 개입이 추세를 바꾸기 어렵고, BOJ가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이다.

JP모건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GDP 대비 237%)을 감안하면 장기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하지만 BOJ의 국채 매입이 시장금리를 인위적으로 억눌러 왔다"며 "엔화의 끝없는 약세가 재정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유일한 통로로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통로가 최근 하나 더 열렸다. 일본 장기금리의 기준인 신규 발행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 7일 장중 연 2.850%까지 치솟았다. 1996년 10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다. 재무성의 10년물 국채 입찰 부진에 이어, BOJ가 고물가 대비 금리 인상에 뒤처지는 '비하인드 더 커브'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재정 확대에 따른 국채 추가 발행 가능성이 겹치며 매도세가 번졌다. 같은 날 30년물 입찰이 응찰배율 4.55배(2019년 5월 이후 최고)로 예상 밖 흥행하며 불안을 일부 진정시켰지만, 4% 안팎의 이례적 고금리가 흥행의 조건이었다는 점 자체가 재정 리스크를 드러낸다는 해석이다.

주목할 점은 금리가 뛰어도 엔화가 강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상 금리 상승은 통화 강세 재료지만, 재정 리스크 프리미엄이 밀어올린 '나쁜 금리 상승'은 통화 약세와 동행한다.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시장에서 익숙한 패턴이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닛케이는 정부의 경제재정 운영 기본방침 초안에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이루어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시장이 "금리 인상에 신중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엔저가 수출기업에는 순풍이지만 국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내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평소 정부가 밝혀온 방침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재정을 풀고,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신호가 함께 나올 때다. 물가와 엔저 압력이 높은데도 BOJ가 정치적으로 제약받는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엔화에 대한 신뢰는 더 약해질 수 있다. 엔저는 더 이상 금리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정책 조합에 대한 평가가 된다.

11조엔 쏟아붓고도…개입의 세 가지 한계

일본 정부와 BOJ는 환율이 160엔대를 찍은 4월 말부터 5월 27일까지 역대 최대인 11조7349억엔을 투입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연휴로 유동성이 얕아진 틈을 노려 환율을 161엔 부근에서 155엔 안팎까지 되돌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효과는 한 달을 가지 못했고 환율은 개입 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다.

(로이터=뉴스1) 안은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안은나 기자

개입은 효과가 없지 않다. 투기적 엔화 매도 포지션이 쌓인 상황에서 당국의 기습 개입은 단기 급반등을 만들 수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투기세력의 엔화 순매도 규모는 15만5092계약으로, 2024년 7월 외환개입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재무성은 이후 개입을 사전 예고하지 않고 기습하는 전술로 바꿨고, 이 보도만으로 엔화가 지난 2일 1% 가까이 반등했을 만큼 시장은 개입 경계감에 민감한 것으로 여겨졌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단호한 조치가 포함된다는 점은 미·일 재무장관 온라인 회의에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6월 22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온라인 회담을 갖고 외환시장 동향을 논의했다.

SBI리퀴디티마켓의 스즈키 료 전무는 165엔 부근에 엔화 매수·달러 매도 포지션의 손절매 주문이 몰려 있다며 "당국은 165엔을 밑돌며 엔저·달러 강세가 가속하는 타이밍을 기다려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오히려 엔저가 더 진행돼 FX 투자자들의 손절매가 늘어난 뒤가 개입 효과가 커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이 보는 개입의 한계는 세 가지다.

첫째, 규모의 한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9조6000억 달러로 3년 새 28% 늘었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 매수에 나섰던 마지막 해인 1998년(하루 1조5000억 달러)의 6배가 넘는 시장을, 수백억 달러의 실탄으로 밀어올려야 하는 싸움이다.

둘째, 구조의 한계다. 개입은 금리차를 없애지 못하고, 자본유출을 되돌리지 못하며, 재정 리스크와 BOJ의 정책 제약에 대한 의심도 해소하지 못했다. L&G자산운용의 벤 베넷 아시아 투자전략 책임자는 로이터에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진행 방향은 완화적인 국내 재정 정책과 미국과의 큰 금리 차이에 달려 있다"며 "개입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셋째, 공조의 한계다. T.로우프라이스의 빈센트 청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에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 단독 개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미국이 참여하는 공조 개입이 엔화에 훨씬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손을 잡아줄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랩의 시바타 히데키 수석전략가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미 국채를 매각해 개입에 나서면 미국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미국의 이해를 얻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전략가는 CNN에 "일본의 개입은 통상 규모가 너무 작아(약 29조 달러 규모의 미 국채 시장 대비 수백억 달러) 미 국채 수익률에 실질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면서도, "미 재무부와 연계해 훨씬 큰 거래량을 수반하는 '충격과 공포' 캠페인이 벌어진다면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을 촉발해 미국 주식시장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160엔대 뉴노멀인가, 급반전 전야인가

이제 시장의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달러당 160엔대는 일시적 오버슈팅인가, 아니면 일본 경제의 새 균형점인가.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신앙과 자유연합(Faith & Freedom Coalition)의 2026년 정책회의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2026.06.2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D.C. 로이터=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급반전 시나리오의 근거는 포지션이다.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현재의 쏠림이 2024년 여름 '레이와 블랙먼데이' 직전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엔/달러 환율은 2024년 7월 3일 161.96엔으로 고점을 찍은 뒤 당국 개입, BOJ 금리 인상, 미국 고용 둔화가 겹치며 8월 5일 폭락 속에 141엔대까지 수직 낙하했고,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미국 기술주 급락으로 번졌다.

현재의 포지션 데이터는 그때에 육박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 기준 투기세력(비상업 부문)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6월 30일 기준 15만5092계약으로, 2024년 7월 개입 직전 수준(18만2033계약) 이후 최대다. 올해 4월 말 개입 직전(10만2059계약)의 1.5배에 달한다.

헤지펀드로 좁히면 이미 기록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버리지 트레이더의 엔화 매도 포지션은 같은 날 기준 13만8000계약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정점을 찍었던 2007년 6월(15만4000계약) 이후 19년 만의 최대 규모다. 당국이 방아쇠를 당기면 이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며 환율이 거칠게 되돌려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거시 환경이 그때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24년에는 개입 직후 BOJ가 금리를 올렸고 미국 고용지표가 꺾이면서 달러 매도가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올해 BOJ는 이미 6월에 인상을 마쳐 7월 추가 인상 확률이 시장 기준 3% 수준에 불과하고, NISA를 통한 가계의 해외투자라는 구조적 엔 매도 저변도 2년 전보다 두꺼워졌다. 미·일 금리차는 여전히 크고, 고령화와 실질소득 부진은 BOJ의 공격적 긴축을 어렵게 만든다. 바클레이즈는 일본이 정책 리스크와 자본유출에 직면해 있고, 외환시장 개입 효과도 상쇄되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이 160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엔화에 대한 역풍이 강해지면서 2024년 고점인 162엔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엔저 현상의 손익계산서도 달라졌다. BOJ가 1일 발표한 6월 단칸(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에서 대기업 제조업 업황판단지수(DI)는 플러스 22로 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저와 인공지능(AI) 수요가 수출 대기업의 순풍인 것은 여전하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ING의 크리스 터너 글로벌 시장 총괄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관리들은 엔화 약세가 수입 비용과 생활비 위기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고, 이는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BOJ가 6월 금리를 올린 이유 자체가 중동발 고유가 인플레이션 차단이었는데, 엔저가 수입물가를 다시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진행 중이다. 크리스티 탄은 이 딜레마를 두고 "도쿄는 엔화 강세를 원하지만, 그에 따른 정책 비용을 온전히 감수하지는 않으려 한다"고 표현했다.

엔저는 단순한 환율 문제가 아니라 '엔화 강세-디플레이션-수출 주도'라는 일본 경제 모델 자체의 전환을 드러내는 신호인 셈이다.

한국엔 '경쟁 악재'보다 '동조 리스크'…원화, 엔화와 상관계수 0.94

한국에 엔저는 익숙한 악재다. 자동차, 기계, 전기기기 등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은 가격경쟁력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삼일PwC가 2023년 분석한 한일 수출 경합도는 자동차 90.3, 기계 63.4, 반도체 60.7, 전기기기 57.0(100에 가까울수록 경합 심화)에 달해, 일본 기업의 달러 기준 가격 인하 여력이 커지면 한국 기업은 단가 인하 또는 마진 축소 압박을 받는 구조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달러 강세에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린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6.07.01.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기자

하지만 이번 국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엔저와 원화 약세의 동조화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과 일본을 별개의 통화 스토리로 보지 않고 아시아 자산군으로 묶어 평가하면, 엔화 약세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미국 금리, 달러 강세, 아시아 통화 전반에 대한 위험회피가 겹치면 원화도 함께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원/달러 환율은 7월 1일 1559.2원까지 올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분기 평균 환율은 1500.1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이후 28년 3개월 만에 1500원을 넘었다. 그 결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0~950원대로, 엔저가 극심했던 2024년 6월(858원 안팎)보다 오히려 높다. 대미 수출 등 제3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에 가격경쟁력을 일방적으로 내주는 국면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커지고 있는 외환시장 균형 이탈 가능성' 보고서에서 2025년 하반기 원화-엔화 상관계수가 0.94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2026년 상반기에도 고환율과 엔화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여부가 외환시장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요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일을 별개 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아시아 자산군'으로 묶어 평가하면서, 엔화 약세가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 신호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이 지난 6월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엔화가 160엔대에 안착한다면 원화의 1500원대 역시 '일시적 오버슈팅'이 아니라 아시아 통화 재평가라는 더 큰 흐름의 일부일 수 있다. 한국에 엔저는 옆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통화의 미래에 대한 예고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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