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Ford) 자동차 공장 내 무인 매점에서 과자를 구입했다가 도둑으로 몰려 해고당한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켄터키주 루이빌의 포드 트럭 공장에서 11년간 자동화 장비를 수리해온 커트 크롬(60)은 지난 5월 야근 중 무인 매점의 키오스크에서 쿠키를 구입했다가 도둑으로 몰려 해고당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크롬은 지난 5월 8일 새벽 3시 30분쯤 주말 야간 근무를 하던 중 혈당이 떨어져 어지럼증을 느꼈다. 무인 매점으로 향한 그는 키오스크를 통해 1.95달러(한화 약 2800원)짜리 '할머니 표 초콜릿 칩 쿠키'를 구입하려 했다.
그러나 체크카드로 결제하는 과정에서 단말기 화면에 빨간색 '오류' 메시지가 떴다. 다시 결제를 시도했지만, 평소처럼 초록색 '승인'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그러나 카드 승인이 거절되지 않고 화면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기에 크롬은 정상적으로 결제가 완료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사측은 "쿠키를 훔치는 장면이 찍혔다"며 크롬이 무인 매점을 떠나는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여준 뒤 그를 해고했다. 크롬은 개인 소지품조차 챙기지 못한 채 보안 요원들에게 끌려 나가야 했다.
크롬은 "지난해 주당 평균 60시간을 일하며 초과 근무를 포함해 20만 달러(한화 약 3억원) 이상 벌었고 매점에서만 1200달러(약 176만원) 정도 썼다"며 "그런 내가 왜 도둑질을 하겠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후 크롬은 은행 거래 내역에서 쿠키값이 정상 청구된 것을 확인했고, 이를 사측과 전미자동차노조(UAW) 관계자에게 제출했다. 매점 운영사인 '아라마크'(Aramark) 역시 지난달 12일자로 해당 결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포드 측은 크롬에게 밀린 임금 3만3000달러(약 4840만원)를 지급하며 복직을 제안했으나, 그는 최소한의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자신을 도둑 취급한 회사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어"사과조차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퇴사 후에는 집에서 더 가까운 직장을 구해 이전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롬은 포드와 아라마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크롬 측 변호사 J. 윌 휴버는 "크롬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는 처음부터 포드와 아라마크 측이 갖고 있었음에도, 거짓 절도 혐의를 씌워 11년간 헌신한 직원을 쫓아냈다"며 명예훼손과 부당 해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포드 공장 내 무인 매점에서 발생한 결제 오류로 근로자가 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시간주 포드 조립 공장에서 약 9년간 근무한 닉 나보즈니(38) 역시 지난 4월 과자 두 봉지를 훔친 혐의로 해고됐다. 나보즈니는 시급 40달러(약 5만8000원)를 받으며 지난해 초과근무 수당 포함 12만5000달러(약 1억8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나보즈니는 크롬 사례와 마찬가지로 무인 매점에서 과자를 구입한 뒤 '결제 완료' 표시를 보고 자리를 떴다가 도둑으로 몰려 해고 통보받았다. 그는 "돈을 잘 벌고 있는데 왜 가족의 생계를 걸면서까지 과자를 훔치겠나"라며 황당해했다.
미시간 공장에서는 나보자니 외에도 최소 3명의 근로자가 비슷한 절도 혐의로 해고되었다가 거래 내역 입증을 통해 혐의를 벗고 복직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근로자들은 아라마크의 키오스크가 결제 실패, 중복 청구, 시스템 다운, 영수증 미출력 등 평소에도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건들이 잇따르자 포드와 아라마크는 포드 공장 내 무인 매점 키오스크 점검에 나섰다. 포드 측은 "일부 사례에서 키오스크 관련 문제가 제기된 사실을 인지했으며, 자사와 아라마크가 함께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라마크 측 역시 "관련 사례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운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크롬이 포드와 아라마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 해고 소송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뉴욕의 민사 전문 변호사 임란 안사리는 "절도 혐의에 대한 허위 고발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그 책임이 아라마크 측에 있다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며 크롬 측의 승소 가능성을 점쳤다.
반면 시카고의 앤드류 스톨트만 변호사는 "포드 측이 이미 복직을 제안한 만큼 크롬이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