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민주당 형소법 토론회, 참석 피해자들 "보완수사권은 존치돼야"

"저는 운 좋은 피해자입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홍기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3명이 주최한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범죄 피해자들이 '보완 수사권 존치'를 요구하며 공통으로 한 말이다. 이들은 각각 자신이 겪은 범죄 피해와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직접 증언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는 자신을 "보완 수사권이 살아있을 때 피해를 당한 운 좋은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경찰이 처음 이 사건을 단순 상해로 접수했다"며 "기억을 잃은 저에게 성범죄를 당한 것 같냐고 질문했고 '아마 아닐 것'이라고 답했더니 그대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사건을 강간 등의 살인 미수 사건으로 바꿔준 것이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었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고 경찰의 수사만으로 이뤄진다면 초반에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들이 바로잡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B씨는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인 제가 계속 증거를 찾고 수사기관을 설득하고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야 했다"며 "(처음) 불송치 결정을 받았을 때도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다행히 제 사건은 검찰의 재수사 요구 후 송치됐고 보완 수사를 통해 유죄 판결까지 이어졌다"며 "부실한 수사가 있을 때 피해자가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되는 절차가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있는 제도가 실제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집단 폭행으로 아들을 잃은 고(故) 김창민 감독의 아버지도 "보완 수사권마저 없었다면 사건이 그대로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사건 초기 가해자의 인적 사항과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의자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수사·기소를 분리해 검사의 보완 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 의원 등 일부는 사회적 약자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보완 수사권 일부를 유지하거나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완 수사권을 없애고 보완 수사 요구권을 실질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검찰에 대한 불신 장벽이 높고 견고해 검사에게 수사권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반개혁, 반민주로 비난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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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지도부와 법사위 간사에게 보완 수사권이 폐지되는 경우라도 경찰 수사에 의문이 제기되고, 피해자가 원할 경우 검사가 수사에 관여해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곽상언 민주당 의원 역시 "수사권 남용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지 수사권 박탈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