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아폴론 갤러리가 왕실 보석 도난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사건의 여파로 기존에 전시됐던 왕실 보석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은 이날 아폴론 갤러리를 일반 관람객에게 재개방했다. 관람객들은 갤러리 내부를 둘러볼 수 있지만 보석이 있던 진열장은 모두 비어 있다.
크리스토프 르리보 루브르 박물관장은 "왕실 보석은 박물관 내 다른 장소에 보안이 강화된 전시 공간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폴론 갤러리는 루이 14세 즉위 초기에 조성된 루브르의 대표적인 역사 공간이다. 건축가 루이 르보가 설계를 맡고 화가 샤를 르브룅이 태양을 주제로 내부를 장식했으며, '태양왕'으로 불린 루이 14세를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베르사유궁의 상징인 '거울의 방'을 설계하는 데에도 영감을 준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카트린 페가르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이번 재개방을 루브르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상징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도난 사건을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트라우마"라고 표현하며 프랑스 전역 박물관의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루브르의 허술한 보안 실태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
도난 사건은 지난해 10월 발생했다. 당시 남성 2명은 대낮에 박물관 외벽에 이삿짐용 승강기를 설치한 뒤 이를 이용해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이어 창문을 깨고 내부로 침입해 휴대용 전동 연마기로 진열장을 절단한 뒤 왕실 보석을 훔쳤다. 이후 박물관 밖에서 대기하던 공범 2명이 운전하는 스쿠터를 타고 달아났으며, 침입부터 도주까지 걸린 시간은 7분이 채 되지 않았다.
도난당한 왕실 보석의 가치는 약 1억200만달러(약 1500억원)로 추산된다. 수사 당국은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4명을 기소해 구금했지만, 보석 대부분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다만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은 박물관 인근에서 파손된 채 발견됐으며 현재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건 이후 프랑스 감사원 등은 루브르가 신규 미술품 구입과 코로나19 이후 관람객 유치 사업에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보안과 시설 유지·보수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