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갈등 관련 필리핀 측에 "역외 국가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도발하려 할 경우 쓰라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23일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회담 내용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또 남중국해 분쟁 암초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양국간 충돌에 대해 "중국 법집행 선박을 고의로 들이받은 공격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양국 충돌 관련, 필리핀은 당시 고무보트에 탄 필리핀 해군 병사들이 중국 측에 물러날 것을 요청하자 중국 해경 8명이 나무 곤봉 등으로 필리핀 병사들을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측은 중국 해경 순찰함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 해역에서 정례 순찰을 하던 중 필리핀 측이 먼저 접근해 공격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사실이 입증하듯 외부 세력의 개입을 허용하고 해상 분쟁을 의도적으로 부각·확대하는 것은 결국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는 도구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필리핀이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과 함께 남중국해 중재판정 10주년 공동성명을 내고 "2016년 중재판정은 최종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다"며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을 비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필리핀의 이 같은 행보가 이번 충돌과 무관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필리핀은 양자 협상 채널을 외면한 채 역외 세력의 부추김 속에 임시 '중재재판소'라는 조직을 만들어 이른바 중재 판결을 조작·선전했다"며 "중국은 처음부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양국 간 영토와 해양 경계 분쟁이 존재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은 일관되게 양자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관리하고 정세를 안정시키는 데 힘써 왔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전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역외 국가는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단 점을 분명히 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해상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생기면 사실관계도 따지지 않은 채 대대적으로 중국을 비난하는 국가는 늘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목적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중국해의 혼란을 부추기려는 것인지는 이미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남중국해 중재판정 공동성명을 낸 국가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과 필리핀의 충돌 직후 중국의 행동을 '위험하고 공격적'이라고 규탄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역시 중국을 공개 비판하며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