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이스라엘 반대에도…UN 인권최고대표 연임 확정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7.26 08:35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지난 5월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엔 인권수장이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등 주요 강대국들의 강력한 반발과 미국의 자금 지원 재검토 경고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다.

25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재임명안이 전날 유엔총회에서 찬성 144표, 반대 10표, 기권 13표로 가결됐다.

오스트리아 법률가 출신인 튀르크 최고대표는 오는 10월12일부터 두번째 임기를 시작, 1993년 인권최고대표직 신설 이후 처음으로 8년 동안 임기를 수행하는 인권수장이 된다.

표결은 유엔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진행됐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미국의 이민자 수용 시설 내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촉구하는 등 주요 강대국의 인권 문제를 소신 있게 지적했다.

미국 유엔대표단은 튀르크 최고대표 연임안 표결을 두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밀실 협상으로 절차적 비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제프 바토스 미국 유엔 관리·개혁 담당 대표는 "이번 연임 승인은 유엔이 기능 불능 상태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유엔에 대한 참여와 자금 지원을 즉각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역시 튀르크 최고대표의 임기를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퇴임 시점인 올해 12월까지만 단기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부결됐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튀르크 최고대표 연임안 제출을 "도덕적 실패"로 규정하면서 차기 사무총장에게 결정권이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주요 국제 인권단체들은 튀르크 최고대표가 강대국의 압박에도 독립적인 인권 감시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라며 이번 연임 결정을 환영했다.

유럽연합(EU),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를 비롯해 중국 등이 찬성표를 행사했다. 한국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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