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늦추자" 경고 아닌 호재?...월가 여전히 'AI 투자' 후끈, 왜

"AI 개발 늦추자" 경고 아닌 호재?...월가 여전히 'AI 투자' 후끈, 왜

뉴욕=심재현 특파원, 윤세미 기자, 정혜인 기자
2026.09.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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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로 번진 AI 속도조절론](종합)

트럼프 "음모론" 中 "공포조장"...'AI 브레이크' 나란히 발끈
AI 속도조절론 충돌과 분화/그래픽=최헌정
AI 속도조절론 충돌과 분화/그래픽=최헌정

인공지능(AI) 개발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AI 업계 빅테크 기업들의 주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음모론'으로 규정하고 중국만 이롭게 할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이 문제는 AI 기술 차원을 넘어 미중 패권경쟁의 변수로 부상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쟁점이 될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역겨운 음모가 있다"며 "이를 기뻐할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과 다른 모든 나라보다 앞서고 있으며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음모론자들, 반역자들, 배신자들, 정보유출자들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AI 속도조절론에 앞장선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완벽한 작은 천사인 척 한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 또는 안전장치는 강하고 똑똑한 대통령이고 미국은 그런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AI 규제정책을 펴는 것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깜짝 전화통화에서도 "로봇이 세상을 장악하지 않을 것"이라며 AI 개발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를 "허황된 주장(hoax·사기)"이라고 표현했다. 황 CEO 휴대전화의 스피커폰을 통해 청중에게 목소리를 알린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대상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저 AI 발전을 원치 않는 많은 이들의 장단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권 인사들일 수도 있고, 중국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약간 신중해야 한다. 산업을 멈춰 세우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AI 안전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이 미국의 기술 패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사안이 중간선거 쟁점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지층 결집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 민주당이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AI 속도조절론에 동조하면서 중간선거 이후 규제논의를 본격화할 태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대 움직임도 비난하면서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와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미국이 다른 모든 국가보다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말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中만 기쁠것"-중국도 "공포 조장"=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AI가 국가 경제 최전선에 있다고 선언하고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화웨이, 문샷AI 등 자국 AI 기업의 성과를 부각해 왔다. 물론 AI가 초래할 위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AI를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여기는 만큼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기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공포 조장과 대립, 악의적인 경쟁은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발전을 방해할 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아모데이 CEO의 경고에 대해 "겉으로는 세계 AI 안보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을 겨냥한 견제 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며 "본질적으로 AI 분야에 대한 냉전 시대 전략과 같다"고 주장했다.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웬을 설계한 저스틴 린 연구원도 X를 통해 "우리가 속도를 내려 하니까 속도를 줄이라고 하느냐"며 미국 측의 개발 자제 목소리를 비판했다.

천이신 중국 국가안전부장은 관영잡지 기고를 통해 AI로 제작한 가짜 정보·선전전 등을 우려했다. 단 기술개발 자체를 억제하기보다 국가 차원의 안전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AI 기술력을 더 끌어올려 향후 안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리지 리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모두 상대방에게 AI 개발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지렛대를 넘겨주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젠슨 황 "종말론 비과학적, 내부통제는 공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사진=이영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사진=이영환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이 확산한 가운데 이에 대한 기업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비과학적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속도조절론에 부합하는 강령을 마련했다.

14일 뉴욕타임스(NYT)와 액시오스에 따르면 황 CEO는 AI에 의해 인류가위협받을 수 있다는 제이컵 콕슨 전 앤트로픽 연구원 주장에 대해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인 서밋(All-In Summit)' 대담에서 이같이 밝히고 AI 발전이 위험하다면 기업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CEO는 "AI 기업들이 자신들의 회사가 통제 불능이라고 느낀다면 자체적으로 개발을 일시 중단하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CEO는 독립적인 외부 평가에는 찬성했다. AI 개발사도 제3자의 검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평가기관을 여러 곳에 둬 특정 기관이 영향력에 휘둘릴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수장들이 제기해온 '속도 조절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MS는 같은날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AI 모델 'MAI'의 행동 원칙을 담은 '인본주의적 AI 행동 강령'을 제시했다. MAI 모델은 MS의 프런티어(최첨단) AI 연구소인 MS AI가 자체 개발한 모델군으로, 지난 6월 7종을 공개한 바 있다.

강령은 "인간이 AI보다 중요하다"를 전제로 인간이 AI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유지해 AI가 인간의 건강하고 행복하며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르면 MS의 AI 모델은 무기 개발, 폭력 및 성적 콘텐츠 제작,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 조장, 위험물질 조달 지원 등이 금지된다. 인간이 설정한 목표에 따라 승인한 범위에서만 작동해야 하며 자체적인 목표를 만들 수 없다. 아울러 자신의 추론 과정·코드 등을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행위,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선 신경망 언어나 기타 언어를 사용한 AI 간 소통도 제한된다.

MS는 강령에서 "AI는 인간처럼 설계돼선 안 된다. AI는 의식을 가져서도 모방해서도 안 된다"며 "AI는 그 자체로 권리나 지위를 가진 주체가 아니라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도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 최고경영자(CEO)는 이 강령을 약 5개월 전부터 준비해 왔다며 최근 AI 개발 속도 조절 논의 상황을 고려해 현 시점에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빅테크 업계 내에도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AI 속도조절론의 실현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앤트로픽·오픈AI, 속도조절론 드라이브

황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정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빅테크 수장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방송사 CBS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오늘 공포에 떨어야 한다거나 모든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 앤트로픽이 독립 평가자들에게 '직원에 준하는' 수준의 모델 상시 접근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모델을 개발할 때마다 해당 기업이 스스로 약속한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검증할 제3자 평가자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 스페이스X, 구글 딥마인드 등 다른 대형 AI 연구소의 수장들도 그의 우려에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반도체→빅테크·사이버보안 '월가의 갈아타기'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인공지능(AI) 기업 수장들의 '속도조절론'에도 월가의 AI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거운 걸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메타 플랫폼 등 이른바 'AI 하이퍼스케일러' 3사의 주가는 이날 모두 2% 이상 올랐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13.85%), 팔로알토네트웍스(13.09%), 팔란티어(3.64%) 등 사이버보안 관련 종목도 급등세를 보였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상승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뉴욕증시의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이날 전일 대비 5.9% 추락해 지난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 사이버보안 등 관련 종목은 AI 하드웨어 공급업체인 반도체주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데이터센터 고객사로 옮겨가는 순환매의 혜택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보다 하이퍼스케일러를 택한 것은 AI 투자 속도가 둔화하더라도 MS를 비롯한 빅테크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반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인텔 같은 반도체 공급업체에 대해선 신규 주문이 끊기면 성장세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고 분석했다.

AI 수장들의 '속도조절론'은 그간 반도체 종목 차익실현 기회를 노리던 월가 투자자들에게 '좋은 명분'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속도조절론은 경고가 아닌 호재일 수 있다. WSJ는 "시장은 AI 인프라 투자가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자 글로벌 자본시장의 핵심 투자 테마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며 "AI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경쟁이 지속되는 한 AI 개발 속도 둔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AI 투자 분석업체 리플렉시비티 공동창업자 주세페 세테는 AI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면서도 "중국이 (AI 기술)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큰 폭의 속도 조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 호건 B.라일리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그동안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수준의 자금을 쏟아부은 기업들이 돌연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개발 투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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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DC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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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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