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성소수자 행사장에 차량 돌진…'이슬람 극단주의' 범인 도주

정혜인 기자
2026.07.26 10:48

최소 1명 사망·17명 부상, 부상자 일부 '생명 위독'
용의자, 범행 후 도주…경찰 "추적 중"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 성소수자 행사장에 차 한 대가 돌진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사진은 현지 소방당국이 사상자들을 이송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사 현장에 차 한 대가 돌진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부상자 일부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사망자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베를린 현지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경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 행사 참가자들의 행진 경로 인근 티어가르덴 공원에 흰색 차 한 대가 돌진해 산책하던 여러 명을 들이받은 뒤 나무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를린 소방 당국 대변인은 "부상자 17명 중 8명은 중상을 입었고, 이 중 3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도주했다.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는 목격자를 인용해 "차량은 밴이었고, 한 남성이 차에서 내려 도보로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현재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추가 발표를 통해 용의자를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소속 인물로 특정했다.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 행사장에 돌진한 차의 모습 /사진=X

사고 발생 후 경찰과 주최 측은 안전상 이유로 행사를 취소했다. 경찰은 참가자들에게 즉시 행사장을 떠날 것을 당부했고, 인명 피해가 발생한 구역을 전면 통제했다. 행사 참가자인 줄리안 메티그는 로이터에 "오늘은 퀴어(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가장 비극적인 날 중 하나로, 개인적으로 절대 겪지 않았던 날이었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 행사는 매년 여름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행사로, 1969년 미국 뉴욕의 크리스토퍼 거리에 위치한 술집 '스톤월 인'에서 일어난 성소수자 인권 운동 '스톤월 항쟁'에서 유래했다. 1979년 서베를린에서 약 400명이 참여한 소규모 시위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 베를린의 핵심적인 문화·정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고, 매년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성소수자 축제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용의자들을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 끔찍한 행위가 철저히 조사되고 처벌받을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자신과 알렉산드로 도브린트 내무장관이 관련 수사 상황을 지속해서 보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SNS(소셜미디어) X에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의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며 "관용적이고 평화로운 베를린을 모인 집회가 잔혹하게 공격받았다"고 규탄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최근 몇 년간 차량 돌진 인명 피해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남성이 라이프치히의 도심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차를 몰고 돌진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자가 뮌헨에서 열린 노조 시위 현장으로 차를 몰고 돌진해 어린이를 포함해 2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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