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피했는데 "금고에 돈 넣어라"...20대 이온몰 직원, 가스폭발 '참변'

이은 기자
2026.08.03 06:19
지난달 28일 일본 구마모토현 대형 쇼핑몰 '이온몰' 폭발 사고로 숨진 잡화점 '하비타' 직원 오오타케 구루미(22) 씨. /사진=니시닛폰 신문

일본 구마모토 지진 당시 대형 쇼핑몰 폭발 사고로 사망한 20대 여성 직원이 지진 직후 대피했다가 회사 지시를 받고 다시 매장으로 돌아간 뒤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일본 NHK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구마모토현 가시마마치의 대형 쇼핑몰 '이온몰' 내 잡화점 '하비타'에서 일하던 오오타케 구루미는 지난달 28일 지진 발생 후 대피했다가 회사 간부의 지시를 받은 점장의 부탁으로 다시 매장으로 돌아갔다.

당시 오오타케는 우연히 주차장에서 만난 친척들에게 "매출금을 금고에 넣으라는 지시를 받아 매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뒤 동료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친척들이 만류했지만, 오오타케는 "회사 사람의 부탁을 받았다"며 매장으로 돌아갔고 약 5분 뒤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폭발 원인은 식당가 가스관이 지진으로 파손되면서 새어나온 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8일 일본 구마모토현 가시마마치의 대형 쇼핑몰 '이온몰'이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사진=민경찬

이후 유족은 오오타케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가 쇼핑몰 인근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현장으로 달려갔다. 무사하기를 바랐지만, 오오타케는 지난달 29일 새벽 동료와 함께 근무하던 매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훼손이 심해 DNA 감정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오타케는 3남매 중 장녀로 3년 전 아버지를 여읜 뒤 잡화점 '하비타'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해왔으며, 평소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오오타케의 어머니는 "지진 후에 괜찮다고 했는데, 이후 메시지에 '읽음' 표시가 안 뜨더라"라며 오열했다.

오오타케의 친척은 "밝고 성실하며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며 "한 번은 살아 나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워낙 순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이라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분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 잡화점 '하비타' 우에노 케이마 사장은 "'매출금을 금고에 넣어달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하며 유족에게 사과했다. 이에 오오타케의 어머니는 "사과해도 우리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통곡했다.

회사 관계자는 "통탄의 극치"라며 "지금 생각하면 생명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구마모토 강진 직후 발생한 '이온몰 구마모토' 폭발 사고로 인해 7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구마모토현 재해대책본부는 지난 1일 정오를 기준으로 '이온몰 구마모토'의 수색 활동을 종료하고 대피소 환경 개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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