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형강'으로 AI 인프라 공략…동국제강의 새 무기[R&D인사이드]

'맞춤형 형강'으로 AI 인프라 공략…동국제강의 새 무기[R&D인사이드]

포항(경북)=김도균 기자
2026.08.0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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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동국제강 초대형 형강 '디-메가빔'

[편집자주]  최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도 한때는 상상에 불과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실험대 위에 올리고 실패를 반복하며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때로는 산업의 방향을 바꿔왔다. 이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진을 머니투데이가 만나봤다.
28일 경북 포항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박병규 중앙기술연구소장(CTO)이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동국제강
28일 경북 포항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박병규 중앙기술연구소장(CTO)이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동국제강

"디-메가빔(D-Mega Beam)은 우리가 못 들어가던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후킹 프로덕트'입니다."

지난달 28일 경북 포항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만난 박병규 중앙기술연구소장(CTO)은 동국제강의 초대형 형강 '디-메가빔'을 이렇게 소개하면서 "앞으로 대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메가빔은 후판을 용접해 최대 높이 3m까지 제작할 수 있는 초대형 형강으로 초고층 건물과 장스팬(기둥 사이 거리) 구조물을 겨냥해 개발됐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붐과 맞물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용 강재로 주목받고 있다. 박 소장은 "기존 압연 H형강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대형 단면과 맞춤형 구조 수요가 늘고 있다"며 "디-메가빔은 고객이 원하는 단면을 구현할 수 있어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디-메가빔의 차별화를 가져온 것은 용접 기술이었다. H형강은 세로로 긴 중앙부인 '웨브(Web)'와 양쪽 수평부인 '플랜지(Flange)'로 구성된다. 기존 압연 H형강의 경우 가열한 강재를 여러 차례 압연해 단면을 만들었지만, 디-메가빔은 후판으로 웨브와 플랜지를 각각 제작한 뒤 용접해 조립하는 빌트업(Built-up) 방식으로 제작된다. 박 소장은 "다른 회사는 연결부를 한 면씩 총 네 번 용접하지만 디-메가빔은 양면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위·아래 두 번만 용접하도록 개발했다"며 "국내 최초의 양면 동시 용접설비여서 초기에는 참고할 만한 운전 경험이나 표준 생산조건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28일 동국제강 경북 포항공장. 디-메가빔 완제품이 전시돼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28일 동국제강 경북 포항공장. 디-메가빔 완제품이 전시돼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설비를 들여왔다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했던 것도 아니었다. 제품 크기와 강판 두께에 따라 용접 전류와 전압, 속도, 용접 순서 등을 처음부터 최적화하는게 과제였다. 박 소장은 "연구소와 생산부문이 다양한 규격의 시험생산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축적했고, 연구원이 직접 작업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 같은 반복 검증을 통해 규격별 최적 용접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확보한 뒤에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남았다. 후판을 용접해 만든 제품인 만큼 구조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용접부가 인장력을 받을 때 터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새로운 공법인 만큼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동국제강은 한국강구조학회와 함께 실물 규모의 구조성능 평가를 진행하며 이런 우려를 해소했다. 강도와 강성, 변형 성능, 하중 전달 능력 등을 검증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인증도 획득했다. 박 소장은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도 게재되면서 구조 성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고, 지금은 설계사와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영업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28일 동국제강 경북 포항공장. 디-메가빔 완제품이 300톤 압력 테스트를 버틴 모습. 후판은 훠어졌지만 용접부위는 터지지 않아 구조 성능을 인정받았다./사진=김도균 기자
28일 동국제강 경북 포항공장. 디-메가빔 완제품이 300톤 압력 테스트를 버틴 모습. 후판은 훠어졌지만 용접부위는 터지지 않아 구조 성능을 인정받았다./사진=김도균 기자

동국제강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내보다 내진 기준이 엄격한 국가를 겨냥해 접합부와 골조 전체의 내진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박 소장은 "향후에는 반복되는 지진 하중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진 접합부 성능평가까지 연구를 확대해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둔화된 철강 업황의 돌파구를 연구개발에서 찾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 범용 철강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 소장은 "기술적 장벽으로 선점 효과를 만들고, 시장을 선도하는 시장 지향적인 연구소가 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28일 경북 포항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박병규 중앙기술연구소장(CTO)이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동국제강
28일 경북 포항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박병규 중앙기술연구소장(CTO)이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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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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