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둔화에도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증시 랠리 위협할 수도[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8.14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의 장기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채권 트레이더들이 우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장기 국채의 약세는 증시 랠리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6월 처음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재한 이후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3%P(포인트) 상승했다. 30년물 국채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던 2007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1년간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 추이/그래픽=이지혜

13일(현지시간) 진행된 250억달러 규모의 미국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낙찰 금리가 최고 5.22%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1년 8월에 기록한 5.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지난 6~7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되는 동안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노동시장은 약화 조짐을 보이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고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성장은 하고 있지만 물가를 자극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이런 모든 상황은 원칙적으로 채권시장에 우호적이어야 한다. 실제로 연준의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수익률은 4.1%로 지난달 말 이후 거의 0.2%P 하락했다. 하지만 현재 2년물 국채수익률도 연준의 기준금리인 3.5~3.75%보다는 높은 것이다. 게다가 장기 국채는 매도세에 직면해 수익률이 올 여름 가파르게 올랐다. 이유가 뭘까?

첫째는 미국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급증세 때문으로 파악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윌프레드 프로스트 마스터 인베스터 팟캐스트에서 미국의 장기 국채에 "(투자해서 수익을 거둘 만한) 상승 여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미국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는 놀라운 수준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서 "보통 이런 수치가 나오려면 대공황이나 불황, 전쟁과 같은 상황에 처해야 한다"며 "따라서 내 생각에는 이것이 결국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부채가 늘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국채 발행도 늘려야 한다. 국채 공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금리와 인플레이션 변동에 장기간 노출되는 장기 국채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장기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지난 7월까지 10개월간 1조8000억달러로 집계됐다. 2026회계연도가 끝나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음에도 이미 지난 한해 재정적자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재정적자는 4320억달러로 2021년 이후 월간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국가부채는 앞으로 두달안에 사상 최대 규모인 40조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미국의 국가부채가 2030년에 50조달러로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둘째는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부채가 전반적인 증가세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ING의 선진국 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스미스는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영구적으로 (중앙은행의) 목표치 위에 머물러 있게 하는 공급 충격의 반복적인 발생 주기에 갇혀 있다"고 표현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공급 충격은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공급 부족,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 등이다.

스미스는 "공급 충격이 더 자주 발생하고 이로 인해 경제는 부진한데 물가가 상승하는 시기가 자주 찾아온다면 채권과 주식 가격이 함께 하락하는 기간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공급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완만하나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채권 가격은 장기물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이 향후 주식시장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현재 4.65% 수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5%를 시험하게 된다면 주식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무위험 국채에서 연 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유가 불안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워시 의장이 금리에 대한 선제적 안내를 없애겠다며 경제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침묵 정책을 고수한다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이르면 다음달에 5%를 시험할 수 있다고 봤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제프 부크바인더는 "경제 성장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주식시장에 괜찮지만 인플레이션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오른다면 주식시장에 매도 압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올 여름처럼 국채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를 때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한편, 14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는 지난 7월 소매판매가 발표된다.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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