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인프라 구축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대형 IT기업) 사이에서 '숨은 부채'의 하나로 불리는 RVG(Residual Value Guarantee·잔존가치보증) 규모가 급증했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앤트로픽이 첫 분기에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타, 브로드컴 등 주요 AI기업들의 RVG는 700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블랙록 등 주요 6개 자산운용사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5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백억 달러를 RVG로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빅테크는 통상 데이터센터 건립시 SPV(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채권을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다. 데이터센터를 완공하면 임대료를 통해 채권을 상환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 차질이 생기면 RVG는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 일반회계기준(US GAAP)에 따르면 손실발생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때만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록한다. SPV에 대한 임대료는 물론 RVG 또한 부채로 기록되지 않아 '그림자부채'로 불린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사업자)로 불리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메타·오라클의 데이터센터 임대료,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약정 등 숨은 부채의 합계가 1조6500억달러에 이른다는 집계도 있다.
블룸버그는 RVG에 대해 "엔비디아나 브로드컴 같은 거대기업에 공짜점심 같은 존재"라며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히는 것 없이 고객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마리야 엔티나 더블라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최대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실상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라며 "금융공학이 개입하면 재무적 실체가 가려진다"고 꼬집었다.
RVG 계약방식이 업계에 퍼진 것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최소 몇 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업계에 불황이 닥치면 대규모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엔비디아는 공시를 통해 "(RVG) 지급 가능성이 낮아 현재까지 부채가 기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존 로이드 야누스헨더슨 글로벌멀티섹터 크레디트총괄은 "RVG가 발동하려면 토큰 사용 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져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일각의 우려를 반박했다.
한편 같은 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AI모델 '클로드'를 보유한 앤트로픽은 잠재적 투자자에게 보낸 문서에서 올해 2분기 잠정 매출액은 115억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7억8700만달러) 대비 1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이 기간에 첫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