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반면 단기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이에 '트위스트 스티프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위스트 스티프닝은 장기 금리만 상승하고 단기 금리는 내려가면서 수익률 곡선 전체의 경사가 뒤틀리듯(트위스트) 가팔라지는(스티프닝) 모양새를 말한다.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초장기채 금리는 5.29%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5.3%대까지 상승하며 2007년 6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년물도 한때 5.3%대로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만기가 10년을 넘는 채권은 통상 '초장기채'로 불리며, 미 국채 중에서는 30년물이 최장기물이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금리도 17일 4.72%로 종가 기준 7월 31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중기물로 불리는 2년물 금리는 7월 하순 이후 하락세다. 미국 2년물 금리는 이날 4.18%를 기록했다. 2024년 5월 5%대였던 금리는 올해 초 3.5%까지 떨어진 후 7월에 4.35%선까지 회복했지만 금리 동결이 결정된 후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미국 국채는 모든 만기에 걸쳐 하락했다. 그런데 단기채 금리는 계속 하락한 반면 장기채 금리는 급등세로 전환됐고, 특히 30년물 금리는 19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비슷한 표현으로 '베어 스티프닝'이 있다. '베어'가 흔히 주식 상승장을 말하듯 전 구간 금리가 상승하되 장기 구간의 상승 속도가 단기 구간을 웃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기채 금리 하락, 장기채 금리 상승이란 상반된 현상이 나타났다.
단기금리는 당장의 연준 결정을 반영하는 반면 장기금리는 미래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반영한다. 최근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서 당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한 점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거란 관측을 위축시켰다.
즉 장단기 금리의 괴리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기조에 시장이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칩 휴이 트루이스트 웰스 채권부문 책임자는 "트위스트 현상은 연준이 적극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갈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경기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커리 그리피스 크레딧사이츠 매크로·투자등급채 전략 책임자는 "연준 정책 결정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시장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최고 수준의 장기채 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거라고 전망한다. 미 국채의 주요 매수 주체인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자국내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본국으로 자본을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재정 악화로 국채 발행을 계속하고, AI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막대한 민간 채권도 풀리면서 미 국채가 매력을 잃고 있다.
문제는 기존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고 고금리 채권으로 대체됨에 따라 미국 연방 정부 부채 압박은 더 커질 거란 점이다. 연방 정부의 이자 비용은 평균적으로 GDP의 2.1%를 차지했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 수치는 올해 3.3%에 달해 2036년에는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 재무부는 19일 160억달러 규모의 20년물 입찰을 실시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향후 초장기채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있어 시금석이 될 전망"이라며 " 역대급 고금리가 투자 수요를 다시 불러올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