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시 100점 이상이 무려 30%…'AI 커닝' 대형사고 난 이 나라

김유빈 기자
2026.08.19 14:22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 대면 재시험 현장. /사진=GACETA UNAM (UNAM 공식 간행물)

멕시코 주요 대학 중 하나인 국립자치대학교(UNAM) 입학시험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이 적발되면서 응시자 중 상당수인 5만8000여명이 17일(현지시간) 대면 재시험을 치렀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성적 발표를 앞두고 실시한 분석에서 이례적인 성적 상승이 나타났다. 논란이 일자 레오나르도 로멜리 UNAM 총장은 지난달 31일 "정당하게 합격한 수험생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일부 수험생에 대해 오프라인 현장 재시험을 결정했다.

이번 커닝 사태는 UNAM이 올해 처음으로 전면 온라인 비대면 입학시험을 도입하며 시작됐다. 16만명에 달하는 응시자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시험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음성 및 얼굴 인식 AI 감독 카메라 등 첨단 방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럼에도 시험 결과 고득점자가 폭증하며 부정행위 논란이 불거졌다.

2021~2025년에는 120점 만점에 100점 이상을 받은 응시자 비율이 3.5%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16%로 급증했다. 110점 이상을 받은 고득점자 비율 역시 0.9%에서 5.5%로 6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전공 중 하나인 의예과는 100점 이상을 받은 응시자 비율이 지난해 9%에서 올해 거의 30%에 달했다.

틱톡 검색창에 'AI cheating tip(인공지능 커닝 팁)'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영상들. 시험, 면접 등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커닝 방법을 소개한다. 2026.08.19./사진=틱톡 갈무리

멕시코 출신 AI 전문가이자 수학자인 라울 로하스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응시자 약 16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7만5000여명이 부정행위에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외신과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수험생들이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정답을 실시간으로 도출했거나 시험 문제가 아예 온라인에 유출됐다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는 것이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감시망을 피해 AI 커닝을 시도하는 '치팅 팁' 영상까지 등장했다.

'신뢰 잃은 시험'… 인도·포르투갈도 입시 대혼란

최근 논란이 되는 대규모 커닝 사태는 멕시코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월 227만여 명이 치른 인도 의·치대 학부 입학 국가시험(NEET-UG)에서는 사전 유출된 예상 문제와 실제 출제된 문제가 다수 중복된 정황이 드러났다.

시험이 전면 무효 처리되고 재시험이 결정되는 40여일 동안 수험생 10여명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푸네=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서 청년 시위대가 바퀴벌레 가면을 쓴 채 거리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바퀴벌레 같은 젊은이들'이라는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에 반발해 청년 정치 운동 단체 '바퀴벌레 잔타당'(CJP)이 소셜미디어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바퀴벌레 가면을 쓰고 대입 시험지 유출 비리 책임을 물어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실업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2026.06.12. /사진=민경찬

특히 정부의 입시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바퀴벌레처럼 징징댄다"고 비하하자 분노한 청년들은 자신들을 '바퀴벌레'라고 자조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비록 정당은 아니지만 단체이름을 '바퀴벌레 국민당(CJP)'으로 명명하고 사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이 시위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결국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사임했다.

포르투갈 역시 올해 대입 시험 채점 공정을 전면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시스템 오류를 겪었다. 무리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설정 오류와 데이터 누락 등 2만6000건에 달하는 채점 결함이 발생했다. 성적 발표가 지연되거나 오기된 성적이 통보되는 등 유례없는 혼란이 있었다.

시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현지 학생과 학부모들은 페르난두 알렉산드르 교육부 장관을 '낙제시키자(flunk)'며 퇴진 시위를 벌였다.

세라 이튼 캐나다 캘거리대 교육학부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단 한 번의 평가로 전 생애가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부정행위가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변질된다"며 "기술로 부정행위를 손쉽게 막을 수 있다는 일방적 과신을 버리고 평가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뉴델리=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바퀴벌레 잔타당'(CJP) 지지자들이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회로 행진하던 중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26.07.21. /사진=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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