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쥐고 자유자재 '탁구천재' 中 로봇, 사람과 승부…결과는[영상]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8.19 17:40

[르포]베이징 세계로봇대회…유니트리·유비테크 등 실전형 로봇 기술 선보여

1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베이런이촹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World Robot Conference) 유니트리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G1이 인간과 탁구를 치고있다./영상=안정준 특파원

'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이 받아친 탁구공이 네트를 넘어왔다. 웃고 떠들던 관람객들의 표정은 랠리가 이어질수록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결국 범실. 인간이 로봇에 패했다.

1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베이런이촹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World Robot Conference)의 유니트리 부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G1이 능숙하게 탁구공을 쳐낼 때 마다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키 약 1.3m, 무게 약 35kg의 소형 휴머노이드 G1은 기업 연구개발, AI(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수집용으로 개발된 보급형 모델이다.

반응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내장된 카메라로 날아오는 탁구공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하고 공이 어디로 올지 예측한 뒤 포핸드와 백핸드를 선택해 받아친다. 몸통과 다리까지 함께 움직여 균형을 조절한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동작 제어 지연시간은 5밀리초(ms) 이하"라고 설명했다.

탁구치는 휴머노이드를 앞세운 유니트리 부스는 WRC와 중국 로봇 산업의 진화 속도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WRC는 세계 각국의 로봇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여 최신 기술과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로봇 행사로 201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작년 이 행사에서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을 대표하는 유니트리는 '로봇 격투'를 통해 동적 균형과 운동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1년 만에 스스로 탁구공의 궤적을 판단해 받아치는 로봇으로 진화한 셈이다.

1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베이런이촹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World Robot Conference) 유니트리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G1이 선반에 놓인 과일을 집어 별도의 공간에 다시 분류하고 있다./영상=안정준 특파원
베이징 세계로봇대회, 중국 눈부신 기술

탁구치는 G1 옆에선 또 다른 G1이 선반에 놓인 과일을 집어들어 별도의 공간에 다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G1 옆에선 사람이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G1을 원격으로 조종했다. 사람이 손을 움직이면 로봇이 이를 따라 과일을 집어 옮기는 식이었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사람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수집해 로봇의 AI를 훈련하는 과정을 시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샌드위치 만들기 시연에서는 G1이 내장 카메라로 식재료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순서로 작업할지 스스로 결정했다. 유니트리는 여기에 시각·언어·행동을 연결하는 'VLA AI 모델'을 적용했다. 사람이 말로 지시하면 로봇이 주변을 살펴보고 필요한 재료를 집어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식이다. 유니트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 로봇 업계가 경쟁의 무게중심을 '잘 걷고 뛰는 로봇'에서 '스스로 판단해 실제 일을 하는 로봇'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업용 휴머노이드 선도기업 유비테크는 부스를 아예 물류·제조현장처럼 꾸몄다. 바퀴형 산업용 휴머노이드 'Cruzr Y1(이하 Y1)'은 컨베이어와 작업대 사이를 오가며 상자를 집어 옮기고 쌓는 작업을 반복했다. Y1은 7자유도 인간형 로봇팔과 전방향 이동 기능을 갖춰 물류·제조 현장의 운반과 상하차, 분류 작업을 자동화하도록 개발된 모델이다. 유비테크는 Y1의 실제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1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베이런이촹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World Robot Conference) 유비테크 부스에서 'Cruzr Y1'이 상자를 옮겨 분류하고 있다/영상=안정준 특파원

옆에서는 보다 정밀한 작업 수행이 가능한 'Cruzr S2(이하 S2)'가 가공부품을 스스로 찾은 뒤 집어서 기계에 넣고 가공이 끝난 부품을 다시 꺼내 검사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S2에는 사람의 눈처럼 입체적으로 주변을 파악하는 비전 시스템과 정밀 로봇손이 탑재됐다. 바닥에서 1.8m 높이까지 최대 15kg의 물체를 다룰 수 있다.

구현지능 스타트업 즈비앤량은 실제 물류 현장을 재현한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였다. 두 개의 로봇 손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다양한 형태의 택배를 인식한 뒤 분류하고 있었다. 로봇은 크기와 모양, 재질이 제각각인 포장물을 능숙히 집어 옮겼으며 운송장이 아래를 향한 상자는 공중에서 회전시켜 스캐너가 인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작업까지 수행했다.

즈비앤량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인텔리전스 대형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이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을 적용했다"며 " AI 기반 모델을 활용하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말 '로봇올림픽' 줄다리기·소방구조 실력도 겨룬다
1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베이런이촹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World Robot Conference) 즈비앤량 부스에서 로봇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다양한 형태의 택배를 인식한 뒤 분류하고 있다./영상=안정준 특파원

이날 개막한 WRC의 뒤를 이어 오는 22일엔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가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관에서 열린다. 16개국 666개 팀이 참가하고 2000대가 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각종 경기에 나선다. 참가 로봇들은 달리기와 축구, 멀리뛰기, 역도, 줄다리기, 탁구, 격투 등 체육 종목 뿐 아니라 서비스, 소방 구조, 도서 정리 수행 능력도 겨룬다. 이에 '로봇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핀셋으로 콩을 집거나 뚜껑을 따는 것과 같은 섬세한 응용 상황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지도 경기에 포함된다. '스스로 판단해 실제 일을 하는 로봇'으로서의 기본 성능을 평가받는 셈이다.

장광즈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 조직위원회 상무부주임 겸 베이징시 경제정보화국장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로봇 본체 구조와 핵심 부품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경기로 표준을 정립하고, 표준으로 산업을 촉진하는 진정한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G1이 인간과 탁구를 치고있다./영상·사진=안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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