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싱싱 유니트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낯선 환경에서의 임무 성공률 80%'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변곡점으로 제시했다. 현재 로봇 산업의 최대 병목으로는 AI(인공지능) 모델과 현실 세계 사이의 오차를 꼽았다. 이를 극복하면 추후 AI가 스스로 로봇 개발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자기진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왕 CEO는 20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베이런이촹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World Robot Conference) 주포럼 행사에서 '전시품에서 제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향후 10년'을 주제로 연설했다. 전일 유니트리가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최초로 본토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만큼 그가 로봇 산업 전반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업계 이목이 쏠렸다.
왕 CEO는 "로봇을 낯선 환경에 투입했을 때 80%의 임무 성공률을 달성할 수 있다면 폭발적인 성장의 시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처럼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화 능력' 확보가 휴머노이드 산업 발전의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가장 큰 기술적 병목으로 AI 모델의 입출력과 실제 로봇의 움직임 사이에 발생하는 불일치를 지목했다. AI 모델이 로봇에 물체를 옮기거나 조립하도록 명령하면 전체적인 동작은 수행할 수 있지만 마지막 수㎝ 혹은 수㎜ 단위의 정밀한 작업에서는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
이와 관련, 왕 CEO는 유니트리가 AI 모델 관련 분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2022년 말부터 AI 모델 연구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이 분야에 회사의 자금과 인력을 가장 많이 투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봇이 실제 생활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해진 행동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임무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AI가 스스로 로봇 개발 자체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자기진화' 방식도 제시했다. AI 모델에 일정한 규칙과 안전 제한을 설정한 뒤 AI가 스스로 프로그래밍하고 모델을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후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결과를 실제 로봇에 적용하고 사람이 이를 검증해 다시 AI 에이전트에 피드백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왕 CEO는 이 같은 구조가 구축되면 로봇 기술 개발과 반복 개선 속도가 크게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생인 왕 CEO는 20대이던 2016년 유니트리 창업 이후 회장, CEO,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 2013년 저장이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상하이대 대학원에서 로봇·기계설계를 연구했다. 대학원 시절 'XDog'이라는 저비용·고성능 4족 로봇을 개발했고 2016년 졸업 무렵 공개한 'XDog' 테스트 영상이 주목받으며 창업으로 이어졌다.
왕 CEO는 "지난 10년 동안 WRC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WRC는 세계 각국의 로봇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여 최신 기술과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로봇 행사로 201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유니트리를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기업으로 키운 왕 CEO는 올해 WRC 행사 전시에 그동안의 기술 진화 속도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행사장 유니트리 부스에선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인간과의 탁구 경기가 펼쳐졌다. 내장된 카메라로 날아오는 탁구공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하고 공이 어디로 올지 예측한 뒤 포핸드와 백핸드를 선택해 받아쳤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동작 제어 지연시간은 5밀리초(ms) 이하"라고 설명했다. 작년 이 행사에서 유니트리는 '로봇 격투'를 통해 동적 균형과 운동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1년 만에 스스로 탁구공의 궤적을 판단해 받아치는 로봇으로 진화한 셈이다.
탁구치는 G1 옆에선 또 다른 G1이 선반에 놓인 과일을 집어들어 별도의 공간에 다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G1 옆에선 사람이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G1을 원격으로 조종했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사람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수집해 로봇의 AI를 훈련하는 과정을 시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트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 로봇 업계가 '잘 걷고 뛰는 로봇'에서 '스스로 판단해 실제 일을 하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단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산업용 휴머노이드 선도기업 유비테크는 부스를 아예 물류·제조현장처럼 꾸몄다. 'Cruzr Y1(이하 Y1)'은 컨베이어와 작업대 사이를 오가며 상자를 집어 옮기고 쌓는 작업을 반복했다. Y1은 인간형 로봇팔과 전방향 이동 기능을 갖춰 물류·제조 현장의 운반과 상하차, 분류 작업을 자동화하도록 개발된 모델이다. 유비테크는 Y1의 실제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구현지능 스타트업 즈비앤량은 실제 물류 현장을 재현한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였다. 두 개의 로봇 손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다양한 형태의 택배를 인식한 뒤 분류하고 있었다. 로봇은 크기와 모양, 재질이 제각각인 포장물을 능숙히 집어 옮겼으며 운송장이 아래를 향한 상자는 공중에서 회전시켜 스캐너가 인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작업까지 수행했다.
즈비앤량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인텔리전스 대형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이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을 적용했다"며 "AI 기반 모델을 활용하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WRC의 뒤를 이어 오는 22일엔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가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관에서 열린다. 16개국 666개 팀이 참가하고 2000대가 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각종 경기에 나선다. 참가 로봇들은 달리기와 축구, 멀리뛰기, 역도, 줄다리기, 탁구, 격투 등 체육 종목 뿐 아니라 서비스, 소방 구조, 도서 정리 수행 능력도 겨룬다. 이에 '로봇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핀셋으로 콩을 집거나 뚜껑을 따는 것과 같은 섬세한 응용 상황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지도 경기에 포함된다. '스스로 판단해 실제 일을 하는 로봇'으로서의 기본 성능을 평가받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