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135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세계 축구 역사상 관중 소요 및 폭동과 관련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이날 밤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서는 '아레마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는 홈팀인 아레마FC의 2-3 패배로 끝났다. 아레마 FC가 안방에서 23년 만에 수라바야에 패하자, 결과에 분노한 아레마 관중 3000여 명이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경찰은 관중을 통제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최루가스에 놀란 관중들은 이를 피해 한꺼번에 출구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훌리건 난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경기장의 대다수 출입문은 잠겨 있는 상태였다. 전체 14개 출입문 중 단 6개만 열려 있었고, 그마저도 2명이 겨우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대부분의 문이 잠긴 사실을 모른 채 밀려든 관중들은 좁은 통로에 갇히면서 넘어지고 겹쳐 깔리기 시작했다.
이 사고로 135명이 숨지고 600명 이상이 다쳤다. 희생자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만 30명이 넘었으며 최연소 사망자는 3세 아동으로 전해졌다. 이는 326명이 사망한 1964년 페루 리마의 도쿄 올림픽 예선전 참사에 이어 역대 2위 규모의 축구장 참사다.
이경윤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한인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두 팀은 한일전처럼 전통적으로 앙숙"이라며 "인도네시아 축구 열기는 유럽 어느 도시 못지않게 상당히 높다. 이번 사고는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났기 때문에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했다.
경찰의 최루탄 발사에 대해서는 "두 팀의 경기가 열릴 땐 워낙 사고가 자주 났기 때문에 경찰도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발포 명령을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경찰들이 자기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발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
참사 이후 인도네시아 전역에는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사고 현장과 수도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고, 일부 참가자들은 과잉 진압에 항의하며 경찰차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조코 위도도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프라보워 경찰청장에게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했으며 마흐푸드 엠데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을 중심으로 합동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조사 결과 정원 3만8000명인 경기장에 4만2000명이 입장하는 등 안전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경기장 내 최루탄 사용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경찰이 가스를 발사해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장 경찰관 3명과 구단 관계자, 경기장 보안 담당자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아레마FC의 경기조직위원장이었던 압둘 하리스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경기장 보안 관리인인 수코 수트리스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들에 대해 재판부는 "긴급 상황이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간과했다"며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기소된 경찰관 3명 중 현장 기동대 지휘관 하스다르마완에게만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을 뿐, 와유 세티오 프로노토 경찰청장과 밤방 시딕 아흐마디 현장 지휘관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명령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경찰 하스다르마완도 검찰이 구형한 3년 징역형의 절반인 1년 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참사로 아내와 두 딸을 잃은 한 남성은 "판결은 부당하다. 만약 내가 길에서 누군가를 때려 뼈를 부러트렸더라도 이들보다 더 많은 형량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생존자는 "135명이나 죽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5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에서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 축구장 참사 여파로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 예정이던 FIFA U-20 월드컵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루탄 사용 금지라는 FIFA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FIFA는 참사 자체에 따른 개최권 박탈 제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후 반이스라엘 정서에 따른 정치·종교적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인도네시아는 오랜 시간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데 이스라엘이 유럽 지역 예선을 통과하면서 문제가 벌어진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참가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자국 내 이슬람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참가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조 추첨식까지 연기되자 FIFA는 결국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하고 개최지를 아르헨티나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