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일 뿐? 상상은 어디까지…'암살자(들)' 시끄러운 이유 [영화있슈]

영화는 영화일 뿐? 상상은 어디까지…'암살자(들)' 시끄러운 이유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10.01 07:0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기록에 없는 이야기를 더하는 '팩션(faction)'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도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암살자(들)' 보도스틸, 육영수 여사 사망 사건의 범인 문세광의 실제 모습.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화면 캡처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기록에 없는 이야기를 더하는 '팩션(faction)'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도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암살자(들)' 보도스틸, 육영수 여사 사망 사건의 범인 문세광의 실제 모습.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화면 캡처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기록에 없는 이야기를 더하는 '팩션(faction)'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 역시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 섰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당시 사건의 공식 기록과 다른 가능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수사 결과 사건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려졌다.

그러나 '암살자(들)'은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러 의문을 바탕으로 공식 기록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과 상황을 만들어내며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에 실제 역사와 영화 속 이야기가 달라지면서 개봉 이후 역사 왜곡 관련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 사건 재구성하면 무조건 '역사 왜곡'? 그렇지 않아"
2022년 개봉한 영화 '올빼미' 역시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설 중 하나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극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 따라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 '올빼미' 보도스틸. /사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제공
2022년 개봉한 영화 '올빼미' 역시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설 중 하나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극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 따라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 '올빼미' 보도스틸. /사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제공

다만 실제 역사와 영화의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바로 역사 왜곡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팩션은 애초에 사실과 허구를 결합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학과 교수는 "'암살자(들)'은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역사적 인물을 기존 기록과 다르게 묘사한 영화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기록에 없는 설정을 더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22년 개봉한 영화 '올빼미' 역시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설 중 하나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극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 따라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팩션 영화 많지만 논란인 이유…'소재의 특수성'
영화 '덕혜옹주' 보도스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덕혜옹주' 보도스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허진호 감독 역시 이전 작품에서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영화적 해석을 더해왔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바탕으로 극적인 서사를 구성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역시 세종대왕과 장영실이라는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이 교수는 허진호 감독의 이러한 연출 방식이 '암살자(들)'에서도 이어졌다고 봤다. 그는 "허진호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 역사적 사건을 극화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다른 팩션 영화보다 크게 불거진 데에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소재의 특수성이 깔려 있다.

이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여전히 보수 세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반발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영화가 민감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비판 역시 감독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창작의 자유?…'암살자(들)'이 던진 질문
영화 '암살자(들)'  보도스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보도스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의 완성도는 단순히 사실관계를 얼마나 정확히 재현했느냐에 있지 않다. 실제 사건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가능성을 중심에 놓았으며, 관객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가 함께 쟁점이 된다.

팩션 영화에서 허구의 존재 자체가 논란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극영화인 만큼 기록에 없는 인물과 사건을 상상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창작의 영역이다. 다만 실제 사건과 인물을 다룰수록 영화적 상상력이 역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암살자(들)'이 다룬 사건은 수백년 전의 역사가 아니라 1974년 발생한 현대사 사건이다. 사건을 직접 기억하는 세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피해자와 유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기억 역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민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암살자(들)'이 던진 질문 역시 여기에 있다. 역사를 영화로 만드는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이 맞닿는 지점에서 창작자는 어디까지 책임을 감당해야 할까.

허진호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극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과, 민감한 현대사를 다룬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시각이 맞물리면서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차유채 기자

머니투데이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영화를 비롯한 연예 및 스포츠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