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군사적 목표를 겨냥한 북한의 제한적 핵공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존 박, 교코 이마이 애틀랜틱카운슬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연구원들은 최근 '동아시아의 제한적 핵공격 대비와 대응: 가디언 타이거 III(Preparing for and countering limited nuclear attacks in East Asia: Guardian Tiger III)' 보고서를 통해 "향후 5~10년 안에 북한이 한반도에서 제한적 규모의 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는 제한적 핵공격 시나리오를 상정한 훈련과 함께 군사적 선택지를 확대하고 핵공격 이후에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제한적 핵공격을 미국이나 동맹국의 병력과 시설을 겨냥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하되 공격 범위와 규모, 피해, 목표 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의했다. 핵실험이나 핵무기를 이용한 위협, 무력시위 등은 '제한적 핵사용'에는 포함되지만 제한적 핵공격과는 구분된다. 또 저위력 탄두뿐 아니라 공격 목표와 폭발 방식에 따라 고위력 핵무기도 제한된 핵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북한이 제한적 핵공격을 선택할 유인이 다른 핵보유국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한국과 미국에 크게 뒤처진 만큼, 전세가 불리해질 경우 핵무기를 이용해 전황을 바꾸거나 한미의 의사결정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2022년 제정한 핵무력정책법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북한은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임박한 핵 또는 대량살상무기 공격 △지도부 또는 핵 지휘체계에 대한 공격 △전략적 목표물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공격 등을 명시했다. 특히 전쟁 장기화를 막거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전쟁 상황에서 제한적 핵공격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운반수단도 제한적 핵공격 능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이 공개한 '화산-31형'은 저위력 전술 핵탄두로서 여러 단거리 무기체계에 탑재할 수 있어 제한적 핵공격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운반수단도 고체연료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뿐 아니라 수중핵무기체계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BM)이나 무인항공기 등에도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제한적 핵공격의 가장 큰 위험은 물리적인 파괴력보다 정치적·심리적 충격에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기지나 함정 등을 겨냥한 소규모 핵공격이라도 실제 핵무기가 사용되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는 추가 핵공격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미국에서는 전쟁 지속 여부 등 정치적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간에도 핵보복 여부와 방식, 확전 위험 등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저자들은 2032년 북한의 제한적 핵공격을 가정한 '가디언 타이거 III' 훈련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첫 단계는 북한의 핵 수중공격정이 동해 공해상에서 한국 군함을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미의 대응 공격이 이어지자 북한은 독도 상공과 군산 공군기지 등을 겨냥해 핵탄두를 폭발시키며 핵사용 수위 높인다. 한미가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결합해 북한 핵 지휘통제시설과 핵전력을 타격하면서 결국 대규모 핵확전으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이 '확전'과 '비례적 대응'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지목한다. 한미는 핵공격보다 재래식 공격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대응으로 보는 반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과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재래식 공격을 제한적 핵공격보다 더욱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의 제한적 핵공격에 미국이 핵무기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충분한 보복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저자들은 한미의 대응이 단순히 '핵에는 핵으로'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사용시 대규모 인명 피해와 광범위한 낙진을 초래하기 때문에 전략 목표물이나 정밀 타격 임무에는 재래식 탄도미사일이나 관통탄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정밀타격 능력, 미사일방어, 무인체계 등을 함께 활용하는 '재래식-핵 통합' 개념을 제한적 핵공격 대응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대응 수단을 다양화함으로써 핵보복과 대규모 확전 사이에서 보다 폭넓은 군사적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대북 핵억제 메시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선언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실제 제한적 핵공격이 발생하면 대응 선택지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저위력 핵공격에 대응해 즉각 정권 제거에 나설 경우 대규모 핵확전 위험이 커지는 반면,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기존 억제 공약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한미가 북한의 제한적 핵공격에 대응할 군사적 선택지를 확대하고 핵공격 대응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제한적 핵공격 시나리오를 한미 연합훈련과 군 교육, 도상훈련 등에 정례적으로 포함해 핵공격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불필요한 확전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동맹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북한이 제한적 핵공격을 실시한 뒤에도 미국과 동맹국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회복력과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준비가 오히려 북한이 핵사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줄여 제한적 핵공격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