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빠르게 밀착, 미국에 중대 위험"…美 중국특위 위원장, 루비오에 서한

"한중 빠르게 밀착, 미국에 중대 위험"…美 중국특위 위원장, 루비오에 서한

김하늬 기자
2026.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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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물레나르 하원 미·중경쟁특위 위원장 서한...한중정상 관계· 반도체 투자 ·쿠팡 불공정 대우 거론

미국 연방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르 의원/사진=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홈페이지
미국 연방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르 의원/사진=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홈페이지

미국 연방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존 물레나르 의원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기술·외교 분야의 태도 변화가 미국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미 간 마찰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정렬(alignment)에 '구조적 변화(structural shift)'를 가져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공화당 소속인 물레나르 의원은 미시간주를 지역구로 둔 연방 하원의원으로, 2024년부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연방정부 예산을 다루는 하원 세출위원회 소속이자 국무부 관련 예산을 담당하는 소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중국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및 관련 예산과도 접점을 가진 의원인 셈이다.

미·중전략경쟁특위는 2023년 미 하원이 중국과의 전략경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설치한 특별위원회다. 중국의 경제·기술·안보 등과 관련된 위협을 조사하고 정책 및 입법 방향을 관련 상임위원회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현 119대 의회에서는 조사 범위가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관련된 중국의 위협까지 명시적으로 확대됐다. 특위가 직접 법안을 처리하는 상임위원회는 아니지만 조사와 청문회, 정책 권고 등을 통해 의회와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논의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다.

미·중전략경쟁특위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물레나르 의원은 한중 정상급 교류 심화,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한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의혹 등을 언급하며 "중요한 국가 이익에 관한 동맹국 간 견해 차이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물레나르 의원은 "한미동맹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서울과 워싱턴 간 마찰이 서울의 전략적 정렬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면밀한 감시와 필요할 경우 공동 대응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 루비오 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한국의 선출직 지도자들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는 우려 사항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변화하는 한중 관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고자 한다"고 서한을 보낸 취지를 설명했다.

◇"9개월간 한중 정상급 교류, 최근 전례 없어"

물레나르 의원은 최근 9개월간 한중 정상급 교류가 최근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1월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고, 두 달 뒤인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점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이 2026년을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의 해'로 규정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표현한 점과 양국이 무역·과학기술·디지털·지식재산권·검역 등 분야에서 1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실도 제시했다.

특히 시 주석이 80여년 전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중국과 한국이 함께 희생했다는 점을 언급한 데 대해 물레나르 의원은 "미국의 두 조약 동맹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해석했다.

한중 협력이 수출통제와 공급망 문제로 확대되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양국 간 수출통제·공급망 소통 채널이 동맹국 간 수출통제 공조와 별도로 작동하는 '병행 구조(parallel architecture)'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이 동맹국의 정책 논의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SK 中공장 지목…"중국의 압박 지렛대 될 수도"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 및 다롄 낸드 생산시설을 직접 지목했다. 이들 시설이 중국 공산당이 동맹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레나르 의원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12월31일 이들 중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종료하고 연례·시설별 허가 방식으로 전환한 것을 "올바른 정책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매년 반복되는 새로운 압박 지점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중국과 타협점을 찾으려는 강력한 상업적 유인을 갖게 되고, 중국 당국 역시 예측 가능한 시점마다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논리다.

◇알리·테무와 쿠팡 비교…"美기업에 차별적 법 집행"

한국의 플랫폼 규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물레나르 의원은 한국의 플랫폼 정책이 실질적으로 미국 기업에는 부담을 주는 반면 중국 플랫폼들은 한국 소비자의 데이터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 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올해 1분기 합계 약 1650만명에 이르렀다며, 한국 당국이 이들 플랫폼의 개인정보 해외 이전, 불공정 계약 조항, 보안 취약점과 유해 상품 문제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대응이 더뎠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 전자상거래 관련 시행령이 지난 7월21일 발효됐지만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해외 플랫폼의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에는 12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진 점을 거론했다.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즉각적이고 반복적인 법 집행"과 대조되는 사례로 제시했다.

물레나르 의원은 또 2025년 10월 알리익스프레스의 OTP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으로 한국 중소 판매자들의 정산금 약 600만달러가 탈취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플랫폼이 침해 사실을 4개월간 은폐했음에도 한국 규제당국은 시설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고 벌금도 부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된 어린이용 제품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납·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지만 한국 당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 대신 자율협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반면 미국 기업인 쿠팡의 데이터 사고에 대해서는 금융정보나 비밀번호가 침해되지 않았고 외부로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은 '저민감도 데이터 사고'였다고 규정하면서 "11개 한국 규제기관이 공격적이고 다각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400회가 넘는 시설 압수수색과 4400건 이상의 자료 제출 요구가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총 4억900만달러의 제재금이 부과됐다며 이를 중국계 플랫폼에 대한 대응과 대비시켰다.

물레나르 의원은 "한국의 플랫폼 정책이 실질적으로 미국 기업에는 부담을 주는 반면 중국 플랫폼들은 한국 소비자의 데이터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중국의 악의적인 무역 및 강제노동 관행을 이용해 미국의 주요 동맹국 경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대만 유사시 한국 대응에도 우려

안보 분야에서는 2026년 미국 국가방위전략(NDS)을 거론했다.

물레나르 의원은 NDS가 한국이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맡을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주한미군의 역할을 보다 광범위한 역내 유사사태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상황에서 한미 간 전략적 인식 차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2026년 국방비 증액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에 대해서는 방위 분담 측면에서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울이 이를 동맹에 대한 기여 확대보다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서해 방공식별구역에서 발생한 미중 군용기 관련 사건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사전 통보와 공조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 공개적인 마찰이 발생했고 한국 내에서 중국의 행동보다 주한미군의 작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만해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인가"라는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했다.

물레나르 의원은 이를 근거로 서울이 중국의 공격으로 촉발되는 대만 유사시 역내 대응을 지원할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고 평가했다.

◇정동영 기밀정보 공개 의혹도 거론…"일부 대북정보 공유 제한"

한미 간 정보공유 문제도 별도의 우려 사항으로 제기됐다.

물레나르 의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올해 3월 미국의 기밀정보를 승인 없이 공개했다는 보도를 거론하면서, 이 때문에 미국 정보공동체가 새로운 정보보안 조치를 도입해야 했으며 한국에 대한 일부 북한 관련 정보공유를 제한하는 조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미국 측 보안조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물레나르 의원은 특히 한국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신뢰와 엄격한 정보보안이 필요한 주요 현안에서 미국 정부의 협력을 받고 있다는 점을 함께 거론했다.

그는 서한 말미에서 다시 "한미동맹은 필수불가결하며 나의 관심은 이를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맹은 솔직함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며 중요한 국가적 이해관계에서 동맹국 간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물레나르 의원은 국무부 관계자들에게 오는 10월31일까지 최근 한중 관계의 변화와 이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대응에 관해 미·중전략경쟁특위에 브리핑할 것을 요청했다. 서한은 피트 헤그셋 전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에게도 참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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