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이후의 진짜 위기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10.31 06:00
[편집자주] 포린어페어스 10월 2일자 기고문은 브라질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브라질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외교적 결함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쓴소리를 합니다. 브라질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필자는 브라질이 국제무대에서 힘을 잃어가는 가장 큰 문제로 국가적 신뢰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우리에게도 아픈 것은 한국 역시 국내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의 이행에서 일관성이 부족하고 흔들린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브라질과 비슷한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도 마음의 변화, 신체의 변화, 사생활의 상황 등에 따라 주변사람들에 한 약속을 어길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가 갑자기 감기가 걸리거나 바쁜 일이 생겨서, 아니면 갑자기 마음이 바껴서 약속을 깰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깨는 빈도가 높아지면, 사람들 사이에 '저 사람과는 약속을 할 수가 없다'라는 인상이 생기고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배척당할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믿음을 주는 사람은 많은 친구, 동료들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야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타인들의 눈에는 핑계에 불과해보입니다. 한번이면 몰라도 그것이 반복된다면 핑계거리라는 인식이 굳어집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적 요인을 이유로 국제적으로 맺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나라는 친하게 지낼 친구들을 잃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적으로 '법의 지배'를 철저히 확립해 국가의 대외 행동이 지도자나 집권 정파의 사정이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도록, 그래서 예상가능하게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브라질의 문제를 지적한 이 기고문을 살펴보시면서 한국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함께 출마한 제라우두 아우키민이 2026년 10월 25일 일요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대선 결선투표 승리 후 열린 축하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10월 4일 1차 투표로 막을 올리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근본적으로 다른 두 정치 비전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흔히 룰라로 불리며 중남미 좌파의 기수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4선 도전에 나섰으며, 맞상대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은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이번 대선은 브라질이 외교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를 두고 벌이는 대결이기도 하다. 룰라는 중국 등 대외 파트너들과의 관계 확대를 통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반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선호한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브라질이 여전히 외교정책 전략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전제한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무력분쟁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유입되고 있어, 본래대로라면 현 국제 정세의 격변과 강대국 간 경쟁을 잘 관리하고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값진 지정학적 자산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국제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행동의 자율성도 위협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은 브라질과 관계를 맺을 때 점차 자국의 조건을 관철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브라질은 최근까지도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같은 지역기구의 창설을 주도했던 남미 대륙에서도 고립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40년간 역내 안정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던 아르헨티나와의 관계는 양국 모두 상대국 수도에 대사를 두지 않을 정도로 악화했다.

영향력 감소의 책임은 대체로 브라질 자신에게 있다. 브라질의 영향력은 상당 부분 오늘 체결한 합의를 내일도 이행할 것이라고 해외 파트너들이 믿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도는 국가의 이행 역량에 좌우된다. 약속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공공기관들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며 민주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존 합의가 유지되도록 보장하는 능력이다. 가중되는 재정적 제약, 내전에 가까운 정치체제의 분열, 만연한 부패 등 산적한 국내 문제들로 인해 브라질이란 국가가 약속을 이행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현재는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하며 따라서 브라질이 맺은 약속의 지속성에 필수적인 기관인 연방대법원마저 대형 스캔들에 휩싸였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국내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면서 브라질의 취약성은 더욱 심화했다. 어떠한 합의든 논란의 대상이자 정파적인 사안으로 변질되고, 향후 브라질과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이를 뒤집으려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이러한 취약점들을 그대로 물려받게 된다. 지금까지 후보들은 이를 해결할 명확한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도, 다자외교를 중시하는 것도 브라질의 외교적 자율성을 갉아먹고 보유자산을 실질적 국력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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