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미국 주택담보대출에 '뒷문'으로 들어갔다

김하늬 기자
2026.11.01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모기지 업체 베터와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출시한 코인담보 모기지 상품 설명/사진=베터 홈페이지

미국 주택금융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담보로 활용한 모기지 상품이 제도권 문턱을 넘었다. 대출자는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담보로 맡겨 주택 계약금 마련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민간 업체가 크립토(crypto) 담보 모기지를 내준 사례는 있었지만, 국책 모기지기관 패니메이(Fannie Mae)가 이런 크립토 담보대출이 딸린 1순위 모기지까지 사들인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패니메이의 심사 기준을 바꾸지 못한 채 비트코인을 담보로 계약금을 빌려주는 상품을 사들이는 '뒷문'을 열었고, 그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차입자에게 옮겨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뒷문으로 들어온 첫 사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여름 미국 북동부에서 침실 5개짜리 주택을 구입한 63세 창업자 '조너선'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계약금 13만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액의 2.5배에 해당하는 32만50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맡겼다. 이와 별도로 모기지 업체 베터모기지(Better Mortgage)를 통해 해당 주택을 담보로 한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받았다. 두 대출 모두 30년 만기 연 7.5%이고, 매달 원리금은 5000달러 가까이 든다. 집 한 채에 대출 두 건이 붙은 구조다. 조너선은 "비트코인을 팔면 집을 빚 없이 살 수 있었지만, 비트코인이 2032년 100만달러까지 오른다고 보고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품은 베터와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가 함께 만들었다. 1순위는 패니메이 기준을 충족하는 적격 모기지(conforming mortgage)이고, 2순위는 비트코인과 주택 2순위 저당권을 담보로 계약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FT에 따르면 패니메이 적격은 1순위뿐이다. 패니메이가 지는 것은 비트코인 가격 위험이 아니라 1순위 모기지의 신용위험이다.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지난해 6월 두 기관에 크립토를 모기지 준비자산으로 인정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내용을 자신의 X에 공개했다./사진=풀테 SNS

패니메이·프레디맥은 미국 주택금융의 중추다. 어번인스티튜트의 9월 차트북에 따르면 2분기 미국 1순위 모기지 취급액 약 5700억달러 가운데 37%(2130억달러)가 두 기관을 거쳐 증권화됐다. 연방주택청(FHA)과 보훈부(VA) 보증(지니메이)까지 합치면 63%다. 이런 중추 기관이 비트코인 담보대출을 받아들였다는 점이 이번 사례의 무게를 더한다. 앞서 소개한 베터·코인베이스 상품은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지난해 6월 두 기관에 크립토를 모기지 준비자산으로 인정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약 1년 만에 나온 첫 결과물이다.

확정된 시장 규모는 알 수 없다. 실행이 확인된 숫자는 민간업체 밀로의 누적 1억달러뿐이고, 베터에는 사전신청 3억6000만달러가 대기 중이다. 이 요청액이 전부 실제 대출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도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전망한 올해 미국 단독주택 모기지 취급액 2조1000억달러의 약 0.02%다.

순서도 뒤집혔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지시→판매지침 개정→상품 매입 순서여야 하지만, 판매지침은 1년4개월째 그대로인 채 매입이 먼저 이뤄졌다. 패니메이와 FHFA는 무슨 근거로 이를 받아들였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수요가 검증돼 제도가 바뀐 것이 아니라, 정치적 기조와 업계 이해가 먼저 제도권 상품을 밀어 넣은 실험에 가깝다.


◇'자산 인정'은 없었다…지침은 그대로, 상품만 들어왔다


패니메이는 비트코인을 대출 심사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0월7일 발행된 판매지침 최신판의 가상화폐 조항(B3-4.1-04)은 2022년 5월4일 문구 그대로다. 가상화폐는 달러로 바꿔 미국 연방·주 정부 규제를 받는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대출 실행 전에 달러로 확인된 경우에만 계약금·마감비용·준비자산으로 인정한다. 주택 매매 계약 보증금(earnest money)으로도 쓸 수 없다. 크립토는 달러로 바뀌는 순간에만 자산이 된다는 원칙이다.

풀테 FHFA 청장은 지난해 6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크립토를 달러로 바꾸지 않고도 준비자산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규제를 받는 중앙화 거래소에 보관된 자산만 대상으로 하고, 가격 변동성을 반영해 할인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당시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시문은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한 빨리" 내라고만 했을 뿐 기한을 두지 않았다. 미 현지 언론들은 이를 크립토가 다른 자산과 똑같이 취급되기를 바라는 옹호론자들의 큰 승리로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동안 대출기관들이 어떤 '타임라인'으로 이를 반영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7월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를 법으로 못 박는 '21세기 모기지법'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상원 은행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1년4개월이 지나도록 풀테 청장의 지시는 판매지침에 반영되지 않았다. 심사 기준을 바꾸려면 자동심사 시스템과 판매지침을 고치고 위험 모형을 다시 짜야 한다. 그사이 패니메이는 3월26일 베터·코인베이스 상품의 매입을 결정했다. 판매지침이 계약금 재원으로 인정하는 '자산 담보 차입금'의 담보 목록(B3-4.3-15)에도 가상화폐는 없다. 패니메이와 FHFA는 어떤 근거나 예외를 적용했는지 여기서도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나온 상품도 변동성 할인을 거친 자산 인정이 아니라, 250% 담보를 잡는 대출이었다. 기준을 바꾸는 정문 대신 상품을 들이는 뒷문이 먼저 열린 셈이다.

◇상품 해부: 대출 두 건, 위험은 어디로 가나

2022년 초 코인 담보 주택대출 상품을 공개한 밀로(Milo)의 상품 설명 페이지. 국책 모기지 체계와 무관한 민간 상품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맡기면 집값의 100%, 최대 2500만달러까지 빌려준다. /사진=밀로 홈페이지

베터와 코인베이스 상품은 1순위 모기지와 2순위 비트코인 담보 계약금 대출의 결합이다.

첫 번째는 일반적인 패니메이 기준 1순위 모기지다. 15년 또는 30년 고정금리 구조다. 두 번째는 계약금을 빌려주는 2순위 대출이다. 이 대출은 비트코인과 주택의 2순위 저당권을 담보로 한다. 두 대출 모두 베터가 실행·관리하고, 코인베이스는 수탁·기술을 맡는다. 신청 자격은 미국 거주자로 한정하고, 담보는 인증된 코인베이스 계정에 있는 비트코인만 허용된다.

예컨대 50만 달러짜리 집을 살 때 계약금 10만 달러를 빌리려면 비트코인 25만달러어치를 맡겨야 한다. 담보비율 250%는 비트코인 값이 60% 떨어져야 담보 가치가 대출 원금과 같아진다는 뜻이다. 완충은 두꺼워 보이지만 비트코인의 과거 낙폭 앞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해 10월6일 고점 12만6198달러에 대출을 받았다면 6월 저점 6만달러 아래에서 담보비율은 119% 밑으로 내려갔다. 2021년 11월 6만9000달러에서 이듬해 11월 1만5000달러대까지 밀린 전례가 되풀이되면 담보비율은 50%대 중반으로 떨어진다. 담보 가치가 대출 원금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까지 줄어드는 셈이다.

가격이 떨어져도 담보를 더 넣으라는 마진콜은 없다. 담보 부족분은 차입자가 정상 상환하는 동안에는 손실로 드러나지 않고, 연체가 나야 베터의 손실로 확정된다. 연체가 30일 안에 해소되지 않고 60일에 이르면 베터는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고, 180일째부터는 주택 압류 절차가 시작된다. 맡긴 비트코인은 1순위 모기지를 다 갚거나 차환하기 전까지 돌려받지 못한다. 30년 만기라면 최장 30년 동안 묶인다.


◇시장 규모: 실행액은 아직 작지만, 국책 모기지 진입이 핵심


미국의 크립토 담보 모기지는 아직 틈새시장에 가깝다. 원조 격은 2022년 초 상품을 공개한 밀로(Milo)다. 국책 모기지 체계와 무관한 민간 상품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맡기면 집값의 100%, 최대 2500만달러까지 빌려준다. 밀로에 따르면 최소 담보는 27만5000달러어치 비트코인·이더리움이며, 비트코인 가격이 대출 실행 시점보다 65% 하락하면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구조다. 다만 조시프 루페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인터뷰에서 "누적 대출이 1억달러를 넘었다"면서 "3년 반 동안 65% 하락으로 추가 담보를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절대 규모로 보면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에서 1억달러는 실험 단계에 가까운 숫자다. 그러나 의미는 규모보다 구조에 있다. 기존 크립토 담보대출은 대부분 코인을 맡기고 달러나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는 신용 상품이었다. 집을 사기 위한 장기 주택금융과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밀로와 후속주자 베터모기지(Better Mortgage)·코인베이스의 상품은 크립토를 주택 구입 과정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후발주자 베터는 6월4일 첫 대출을 공개한 뒤 실행 건수와 금액을 내놓지 않았다. 공개된 것은 수요 신호뿐이다. 대기명단 대출액은 6월 2억5000만달러에서 8월 2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앞서 언급한 사전신청 대기액(3억6000만달러)이 전부 실제 대출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도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전망한 올해 미국 단독주택 모기지 취급액 2조1000억달러의 약 0.02%, 어번인스티튜트 집계로 패니메이·프레디맥이 2분기 한 분기에 증권화한 1순위 모기지(2130억달러)의 0.17%에 그친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갤럭시리서치가 집계하는 크립토 담보대출 시장은 모기지 시장 자체가 아니다. 코인을 담보로 달러나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는 전체 대출 시장이다. 다만 크립토 담보 신용의 온도는 보여준다. 2분기 말 잔액은 561억6000만달러로 한 분기 만에 113억3000만달러(16.78%) 줄었고, 지난해 3분기 고점(786억9000만달러)보다 225억달러, 약 29% 감소했다. 중앙화 대출(CeFi)이 229억8000만달러로 탈중앙화 대출(DeFi·204억3000만달러)을 앞질렀고, CeFi 시장의 58.5%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차지한다. 담보 가치가 떨어지자 시장 전체가 빚을 줄이는 국면에서 30년짜리 크립토 담보 신용 상품이 나온 것이다.

출발 시점도 좋지 않았다. 첫 대출이 실행된 다음 날 비트코인은 6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198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10월26일 포천 집계로는 8만267달러로, 고점보다 약 36%, 1년 전보다 약 30% 낮다. 이 상품의 의미는 규모가 아니라, 미국 신규 모기지의 3분의 1 이상이 지나가는 국책 시장 안으로 크립토가 들어갔다는 상징성에 있다.


◇왜 지금인가…정치·업계·수요가 맞물렸다


/사진=클로드 AI로 제작된 이미지

공급 측면에서는 정부와 업계의 이해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23일 행정명령 14178호로 미국을 '크립토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크립토 수탁 회계지침(SAB 121)을 폐기했고, 연방준비제도(Fed)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해 4월 은행의 크립토 업무를 제약하던 지침을 거둬들였다. 풀테의 지시는 이 규제 되돌리기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주택 구입 여력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조사에서 첫 주택 구매자의 중위 연령은 40세로 역대 최고, 전체 구매자 중 첫 구매자 비중은 21%로 역대 최저다. 풀테 청장은 CNBC 인터뷰에서 크립토가 이 문제를 푸는 데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샬 거그 베터 CEO는 3월26일 출시 보도자료에서 이 상품이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5200만명의 미국인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새 길"을 연다고 했다. 현실의 숫자는 작다. 3월27일 AP통신이 인용한 NAR 조사에서 2024년 7월~사회부 2025년 6월 주택 구매자 가운데 계약금에 크립토를 쓴 비율은 1%였다.

실제 수요층은 '크립토 부자, 현금 빈곤층'이다. 이들에게 이 상품은 세금과 이자의 교환이다. FT 사례처럼 계약금 13만달러를 비트코인 매도로 마련하면, 매도액 전부가 장기 보유 차익이라는 극단적 가정에서 최고 세율(양도소득세 20%+순투자소득세 3.8%)을 적용한 연방세만 3만달러 안팎이다. 주세는 별도다. 같은 돈을 FT 사례 금리인 연 7.5%로 빌리면 첫해 이자는 9750달러 안팎이다. 3년치 이자로 세금을 미루고, 그사이 비트코인이 오르면 차익도 챙기는 계산이다. 값이 떨어지면 빚은 그대로 남는다.

FT에 따르면 지기 욘손 베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대기명단 수천 명 가운데 36%가 크립토를 50만달러 넘게 보유했고, 대부분 현금보다 토큰이나 회사 지분으로 부를 쌓은 고소득 전문직·창업자라고 했다. 이 상품이 겨냥하는 것은 현금 계약금이 부족한 무주택 청년층 일반이 아니라, 상당한 비트코인을 갖고도 매도 세금이나 상승 기대 때문에 팔고 싶지 않은 고자산층이다.

업계의 계산도 분명하다. 갤럭시리서치 집계에서 코인베이스는 2분기 크립토 담보대출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대출을 늘렸다. 코인베이스원 회원에게 대출액의 1%, 최대 1만달러를 마감비용으로 지원하는 것은 구독 고객을 묶어두는 장치이고, 모기지가 갚아질 때까지 수십 년간 코인을 자사 플랫폼에 붙잡아 두는 효과도 있다. 거그 베터 창업자 겸 CEO는 5월8일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자사 고객의 41%가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거나 대출 자격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내다보는 다음 단계는 비트코인이 아니다. 거그는 S&P500 ETF나 아마존·테슬라 주식의 토큰화 버전도 계약금 담보로 쓰게 하겠다며, 미국 가계가 가진 주식·채권은 35조달러인데 계약금 재원으로 인정되는 예금은 5조달러뿐이라고 했다.


◇찬반 논란… 당장의 위험은 작고, 문제는 선례다


/사진=ap뉴시스

반발은 지시 직후부터 나왔다. 제프 머클리,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상원의원 4명과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은 지난해 7월 서한에서 자산운용사 아이셰어즈 분석을 인용해 비트코인 변동성이 금의 3.9배, 주식의 4.6배에 이른다며 주택시장과 금융시스템 안정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9개 항목에 대해 8월7일까지 답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소비자연맹(CFA)과 전미소비자법센터(NCLC)는 8월14일 "크립토 자산에 기반한 모기지 심사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시장에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2023년 3월 스테이블코인 USDC가 87센트까지 떨어진 일과 2025년 2월 북한 해커의 바이비트 15억달러 탈취 사건이 근거였다.

딕 더빈 의원 등 상원의원 7명은 올해 4월 2차 서한에서 이 상품이 "시범사업이나 공개 의견수렴, 부도 위험에 대한 공개 연구 없이" 출시됐다고 지적하고 5월30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두 대출을 합친 금리가 표준 패니메이 모기지보다 최대 1.5% 높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는데, 이는 코인베이스가 출시 때 밝힌 가산폭(0.5~1.5%포인트)과 같은 수준이다. FHFA나 풀테 청장이 두 서한에 공식 답변한 기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판의 강도는 지금도 높다. CFA 코리 프레이어 투자자보호국장은 FT에 이 상품을 두고 "제정신이 아니다(insane)"라고 했고, 샤론 코넬리센 주택국장은 패니메이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크립토에 투자하기만 하면 당신도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지적했다. 자금 출처 검증도 쟁점이다. FT 사례의 차입자는 베터가 보유량은 확인했지만 출처는 묻지 않았다고 했고, 베터는 표준 심사에서 출처와 이력을 검토한다고 반박했다.

납세자 위험은 '지금'과 '확대 시'를 나눠 봐야 한다. 지금 패니메이가 지는 노출은 많아야 수억달러 규모 1순위 대출이고, 그 위험도 일반 신용위험이다. 문제는 선례다. '준비자산 인정'이 판매지침에 들어가 전체 심사에 적용되면 크립토 가격은 상품 하나가 아니라 심사 체계 전체로 들어온다. 두 기관은 2008년 정부 관리에 들어간 뒤 재무부로부터 1915억달러를 수혈받았다(FHFA 집계, 2차 서한은 1890억달러로 표기). 반대 측이 경고하는 것은 이 확대 시나리오다.

찬성 측도 같은 경로를 본다. 다니엘 헤일 리얼터닷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6월26일 AP통신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면 은행들이 기존 관행을 바꿀 강력한 동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메커니즘을 한쪽은 기회로, 다른 쪽은 위험으로 읽는다. 업계의 구상도 크립토에 머물지 않는다. 거그 CEO가 토큰화 주식까지 계약금 담보로 쓰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선례가 열어젖히는 범위는 비트코인보다 넓다.

찬성 측 논리는 업계가 대변한다. 코인베이스는 이 상품이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강조한다. 5월8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마크 트로이아놉스키 코인베이스 사업개발 총괄은 고액 자산가들이 자산을 팔지 않고 담보로 빌려 생활을 꾸리는 "검증된 방식"이라며, 세르게이 브린이나 제프 베이조스가 주식을 팔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부유층의 절세 전략으로 불리는 '사서, 빌리고, 죽는다(buy, borrow, die)'를 코인 보유자에게 넓히는 셈이다. 풀테 청장은 주택 구입 여력 문제를 명분으로 든다. 패니메이와 FHFA는 매입 근거를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신청자 구성으로 보면 대중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은? 정문도 뒷문도 닫혔고, 돈은 해외로


미국은 국책기관이 뒷문을 열었지만, 한국은 정문도 뒷문도 닫혀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재경위원 가상자산사업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는 2017년 12월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에서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했다. 뒷문인 계약금 별도 대출은 가계대출 규제에 걸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과 비교하고,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는 6억원(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 신용대출은 연소득 이내다. 계약금을 따로 빌리는 미국식 구조는 DSR에 그대로 잡히는 데다 규제 우회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수요는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가능 이용자는 1117만5000 계정이다. 다만 77.2%는 보유액이 100만원 미만이다. 코인을 담보로 무언가를 빌리려는 수요는 거래소 대여 서비스에서 먼저 드러난 바 있다.

국내에서 막힌 수요는 해외로 나간다. 웹3 리서치업체 타이거리서치와 체이널리시스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가상자산은 약 700조원, 지난해만 168조원으로 추정된다. 주로 국내에서 막힌 파생상품 거래 수요다. 해외 플랫폼에서 코인 담보대출을 받는 규모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전북은행은 이달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담보로 한 원화 운영자금 대출을 실행했다. 국내 은행권 첫 사례로 알려졌지만, 일반 상품이 아니라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취급 사례다. 금융당국은 이 대출이 현행 규정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1일부터는 개정 민사집행규칙이 시행돼 가상자산 압류와 현금화 절차가 정비된다. 제도의 큰 틀을 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이른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아직 정부안이 제출되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제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제도화가 진행되더라도 초기에는 주택금융보다 기업대출 등 비주택 영역에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관전 포인트: 실행액, 연체, 판매지침


정책 환경은 두 갈래로 읽힌다. 풀테 청장은 6월부터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을 겸하고 있다. 6월3일 모기지프로페셔널아메리카(MPA)에 따르면 지명 당일 패니메이 주가는 5% 가까이 떨어졌고,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정보 분야 경험이 없다며 인준 가능성을 일축했다. MPA는 이 인사가 두 기관 투자자들을 흔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상품 쪽은 그 뒤에도 8월 일반 고객 확대로 이어졌다. 민간 업체가 판을 넓히는 동안 '준비자산 인정'이라는 본래 지시는 판매지침에 반영되지 않았다. 정책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은 있지만, 두 사실은 별개로 봐야 한다.

앞으로 볼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베터가 11월 제출할 3분기 분기보고서에서 크립토 모기지 실행 건수와 금액을 처음 공개하는지다. 둘째, 6월 첫 대출 이후 60일 연체로 비트코인이 청산되는 사례가 나오는지다. 상품별 연체·청산 실적은 베터나 패니메이가 공개하지 않는 한 확인할 길이 없다. 셋째, 패니메이가 수시로 내는 판매지침 개정 공지에 준비자산 조항이 들어가는지다. 국책 금융기관의 기준이 정권의 산업정책 기조에 따라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그 답은 첫 대출들의 연체율이 내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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