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대출 규제로 거래는 둔화했지만 매물 부족으로 높은 호가가 유지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중랑·성북·노원구 등으로 실수요가 유입되면서 강북권의 '가격 키 맞추기'가 이어진 영향이다. 향후 초고가 시장은 세제개편 영향으로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공급 부족과 금융여건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실수요자가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KB부동산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과 세부 통계에 따르면 이달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9억8750만원에서 한 달 새 1417만원 오르며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월 8억8167만원과 비교하면 13.6%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1.14% 올라 지난달(1.0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중랑구가 2.25%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고 성북구(2.08%), 노원구(1.95%), 종로구(1.94%), 강서구(1.86%), 구로구(1.81%), 동대문구(1.68%) 등이 뒤를 이었다. 중랑구는 2개월 연속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높아졌다. 8월 평균가격은 16억739만원으로 지난달 15억9490만원보다 1249만원 올랐다. 강북 14개구 평균가격은 11억8129만원으로 1월(10억8235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높아졌다. 같은 기간 강남 11개구는 19억1409만원에서 19억9016만원으로 상승해 20억원에 육박했다.
강북권의 상승세는 거래가 둔화한 상황에서도 매물 부족과 높은 매도 호가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서·성북·동대문·서대문구 등 서울 중위가격 지역은 대출한도 축소로 거래가 주춤했지만 매매·전월세 매물이 부족해 호가 하락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중위지역은 금융기관의 대출 총량관리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로 전반적으로 거래가 둔화했지만 매매·전월세 매물 역시 부족한 편"이라며 "매도 호가 하락이 제한적인 점이 현재 가격 흐름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이 더뎠던 외곽지역에서도 '가격 키 맞추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노원·강북·도봉구 등 동북권에서는 대출한도 축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6억원 전후 아파트나 주택형을 중심으로 무주택 1인가구와 신혼부부 등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시장도 강북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0% 올라 전월(1.34%)보다 상승폭은 줄었다. 성북구가 2.2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중랑구(2.05%), 강북구(1.91%), 동대문구(1.82%), 광진구·노원구(각 1.62%)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향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가격대별로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제개편 영향으로 초고가 시장은 당분간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인허가·착공·입주물량 부족으로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상승 압력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세제개편안의 영향으로 초고가 시장은 당분간 조정기가 이어지겠지만 인허가·착공 물량 및 입주물량 부족과 함께 주택시장이 1가구 1주택 시장으로 유도됨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상승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금융여건과 매물 증가 여부도 변수다. 남 연구원은 보금자리론 소득기준과 가계대출 총량관리 완화 등으로 대출환경이 개선되면 매수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2027년부터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출회할 수 있어 일정 수준 매매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