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T 산업의 상징이자 '국민 앱'으로 자리 잡았던 카카오가 다시 한번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지난 21일 카카오 이사회는 기존 카카오를 존속법인 카카오X와 신설법인 카카오AI라는 두 개의 상장법인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공식 의결했다. 카카오톡과 AI 사업은 카카오AI로, 테크핀(TechFin)·모빌리티·콘텐츠 등 기존 자회사와 투자 지분 관리는 카카오X로 넘어간다. 회사는 치열해진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며,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해 기존 주주에게 두 법인의 신주를 모두 배정하는 주주친화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이 내놓은 첫 대답은 정반대였다. 발표 직후 주가는 장중 13%대까지 급락하며 미국·이란 전쟁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종가도 7%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카카오가 그간 반복해 온 '문어발 상장'의 학습효과가 이번에도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여전히 170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둔 상황에서, 카카오X가 투자 회사 역할을 맡는 인적분할이 결국 지주사를 설립해 또 한 번의 확장 구조를 만들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이다. 카카오 시가총액은 2021년 6월 73조 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금년 8월 현재 15조 원대에 머물러 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구조적 문제는 알짜 사업이 빠져나간 존속법인 카카오X가 마주하게 될 지주사 할인과 자산 고사 위험이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이미 상장된 자회사는 물론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사실상의 투자지주회사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지주사 할인이다. 개별 자회사들이 이미 시장에서 저마다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는 중복상장에 따른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도 ADR을 통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을 추진 중이라 우려를 더한다. 더욱이 플랫폼의 핵심인 카카오톡과 미래 성장동력인 AI가 통째로 카카오AI로 이전하면서, 카카오X는 독자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만들어낼 강력한 본업이 없는 순수 투자회사, 이른바 '껍데기 지주사'로 전락할 위험을 안게 됐다. 게다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핵심 자회사 대부분이 카카오톡 플랫폼에 의존해 온 만큼, 법인 분리로 인한 '플랫폼 접근권 격리'와 '거래 수수료 발생'은 자회사들의 실질적인 사업 연속성과 수익성마저 직접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핵심 자산을 넘겨받은 신설법인 카카오AI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내 최강의 B2C 플랫폼을 쥐고 출발하지만, 지금의 AI 시장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소모되는 치킨게임의 한복판에 있다. 인프라 구축과 인재 영입, 모델 고도화에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필요한 반면, 이 사업이 언제 어떤 형태의 확실한 수익모델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결국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이라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AI라는 비용 소모적 사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되는데, 실적 검증의 시간이 도래하면 막대한 R&D 비용 부담이 당장의 이익률을 갉아먹으며 심각한 주가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AI가 2030년까지 일간 활성 이용자(DAU) 2000만 명을 확보하고 매출 6조 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가깝다.
논쟁의 핵심은 결국 숫자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X 0.6351463, 카카오AI 0.3648537로 정해졌다. 현행 상법상 인적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따라야 한다는 제도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문제는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두 법인이 엇비슷함에도 미래 핵심 동력이 될 카카오AI에 배정된 비율이 36%에 그친다는 점이다. 회사가 합산 가치 34조 2000억 원 대비 저평가를 주장하며 앞세운 카카오AI의 미래 성장성은 정작 비율 산정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회사는 비율이 회계상 스냅샷일 뿐 재상장 이후 시장가치는 별개라고 반박하지만, 이 논리가 소액주주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카카오X는 알짜 없는 투자회사가 되고, 카카오AI는 이익 없는 성장주로 출발하는 셈이다.
인적분할 승인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더불어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발표 직후 주가 폭락으로 격앙된 소액주주 여론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이 이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분할 자체가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승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개편은 짧지 않은 항로를 거친다. 지난주 이사회 결의를 시작으로,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승인 여부가 표결에 부쳐진다. 승인이 이뤄지면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약 한 달간 주식 거래가 전면 정지되고, 그 사이 1월 1일 자로 법인 분할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후 1월 말 존속법인 카카오X의 변경상장과 신설법인 카카오AI의 신규상장이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발표부터 재상장까지 꼬박 다섯 달이 넘게 걸리는 여정인 셈이다.
이 기간에 잠재된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주총 승인과 주주 표심 이탈이다. 발표 직후 주가 폭락으로 소액주주의 반발이 극에 달한 데다, 행동주의 성향의 기관투자자들이 이번 분할을 저평가 압력과 수급 불안을 유발하는 결정으로 판단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주총 승인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둘째는 조직 내부의 갈등이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노동조건과 고용안정에 대한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신설법인과 존속법인으로 인력이 나눠지는 과정에서 핵심 인재 이탈이나 파업 등 내부 진통이 길어지면 회사가 내건 AI 속도전 자체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셋째는 거래정지 기간의 수급 리스크다. 12월 말부터 약 한 달간 거래가 전면 정지되는 동안 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나 AI 산업의 악재가 터져도 손절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데, 이 때문에 위험회피 성향의 물량이 거래정지 직전에 대거 쏟아지며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많은 계열사 분할 상장과 사법 리스크, 실적 정체로 홍역을 치른 대주주와 경영진 입장에서, 이번 분할은 비핵심 자산과 리스크를 카카오X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고 카카오AI라는 깨끗한 신설 법인을 통해 플랫폼 성장주로서의 서사를 새로 쓰려는 일종의 '링펜싱(Ring-fencing)' 전략으로 읽힌다. 위험한 자산과 자회사 리스크는 방화벽 바깥에 몰아두고, 현금창출력과 성장성을 겸비한 사업만 방화벽 안쪽에 남겨 고평가를 노리는 구조다. 나아가 두 회사의 주가가 갈리기 시작하면, 대주주는 보유한 카카오X 지분을 카카오AI 지분과 교환하거나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핵심 사업인 카카오AI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선택지를 손에 넣게 된다. '주주친화'라는 화려한 간판을 내걸었지만, 정작 물적분할의 비판을 비켜 가며 대주주의 실리만 챙기는 '묘수'를 둔 셈이다
정신아 대표는 이번 분할의 목적이 현저한 복합기업 할인 해소에 있다고 강조했지만, 분할 발표 당일 시장이 보인 반응은 싸늘했다. 회사가 내놓은 화려한 숫자와 명분보다 주총 승인 문턱, 노사 갈등, 거래정지 투매 위험 등 넘어야 할 험로가 더 크게 읽혔기 때문이다.
명확한 사업 비전과 실질적인 주주 보호 장치 없이 화려한 수사로만 포장된 구조 개편은, 결국 지주사 할인과 수급 변동성, 절차적 사각지대라는 청구서로 돌아온다. 카카오가 진짜로 묻고 답해야 할 질문은 '왜 회사를 둘로 쪼개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둘로 쪼개는가'일 것이다. 시장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는 듯, 첫날부터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