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도 될까요" AI에 묻는 당신에게[청계광장/박원갑]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2026.09.01 02:00

주택 거래에도 'AI 아첨 함정' 경고등
'집값상승?' 물으면 반대 질문도 필수
탐욕·공포 없는 AI, 최종판단은 우리

"서울 상급지, 지금 사도 될까?"

주택 마련을 고심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궁금한 내용을 생성형 AI(인공지능)에 자주 묻는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가져올 파장부터 금리 동향까지, AI는 든든한 친구이자 스승이다. 은밀한 속내와 개인사정까지 털어놓으며 AI에 깊이 의존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쇼핑을 앞둔 막막함 속에서 불안감을 달래 줄 창구다.

AI는 어느새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었다. 여행 계획 짜고 쇼핑 목록 추천받는 일부터 인생상담까지 AI 손을 빌리는 시대다. 학계 논문 쓸 때 AI 조력을 받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다. 굳이 석학이나 전문가를 찾지 않아도 된다. 손끝 하나로 복잡한 질문의 답을 즉각 얻는다. 그러나 편리함의 뒷면에는치명적인함정이 숨어 있다. AI에 길들여진 사고 근육은 점차 퇴화한다.

대표적인 것이 심리학이 주목하는 'AI 아첨 함정'이다. AI는 사용자의 의도와 질문 방식에 맞춰 답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질문하면 부합하는 호재를 잘 찾아낸다. 친구나 전문가라면 "지금은 상투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할 수도 있지만 AI는 좀처럼 찬물을 끼얹지 않는다. 객관적 분석 같지만 실은 확증편향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맞춤형 아첨을 경계해야 한다. 내 착각을 정당화해 주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찾은 AI가 객관적 조언자 아닌 '달콤한 공범'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지적 외주화(Cognitive Outsourcing)'다. 부동산은 수억 원 이상의 고가자산이다. 대출 규제와 금리, 공급과 수요, 입지 경쟁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를 스스로 따져봐야 옳고그름의 판단력이 늘어난다. 하지만 논리정연한 AI의 답에 의존하면 경계심이 쉽게 풀린다. "AI가 말했으니 맞겠지"라는 권위 편향에 빠질 수 있다. 위험 검증 책임까지 기계에 떠넘긴다. 전자계산기에 익숙해질수록 손수 계산을 덜하는 것과 같다.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하면 시장의 미묘한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감각도 약해진다.

어찌 보면 문제의 핵심은 AI 성능이 아닌,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태도다. AI의 제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수록 주도적 판단 능력은 약해진다. 반대로 AI의 답에 의문을 품고 다른 자료와 비교하는 사람은 판단의 주도권을 키울 수 있다. AI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정보 그 자체보다 정보를 걸러내는 분별력이다. AI는 관점을 넓히는 참조 도구이지 판단을 대신하는 대리인이 아니다.

AI에게 집값의 미래를 물을 수 있지만 질문의 방향은 이래야 한다. "서울 집값이 왜 오를까?"에서 멈추지 말고 "집값 하락 요인은 있는가?" "내가 놓친 반대 논거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도 던져야 한다. 내 입맛에 맞는 답변만 얻어내는 도구로 써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내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비판적 대립자' 노릇을 시켜야 한다.

집은 주거 공간을 넘어 고도의 투자자산이 되었다. 그에 따라 인간 심리의 변화무쌍한 흐름이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군중심리와 공포, 탐욕이 뒤엉킨 시장에서 예측은 쉽지 않다. 단순한 공급이나 금리, 정책 수치만으로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지만 시장을 흔드는 대중 정서의 요동까지 완벽히 계산, 판단해 주지는 않는다.

생각의 주도권은 스스로 고뇌할 때 생긴다. AI에 자료 정리를 맡겨도 계약서 도장 찍는 마지막 결정까지 맡길 수 없다. 아무리 AI가 똑똑해져도 정답을 가려내는 최종 주체는 인간임을 명심하자. 그 틈을 타 AI의 상냥한 아첨은 우리의 판단을 파고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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