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9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유일영도 체계를 강화하는 당규약 개정을 단행했다.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2024년 1월 '두 국가론'을 선포하면서 통일·민족 관련 내용을 앞서 삭제했다.
국가안보전력연구원(전략연)은 3일 서울 중구에서 '북한 제9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 분석 및 북한 정세 평가' 주제로 언론간담회를 열고 개정 노동당 규약 전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당규약 개정 내용 중 제3장 당의 중앙조직 관련 규약에 총비서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와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하고 사회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당의 주요 간부를 직접 임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총비서가 노동당의 수반이며 당을 대표해 영도한다는 명문만 존재했던 것과 달리 구체적인 총비서의 권한을 규약에 기재했다. 이를 통해 김 총비서의 당에 대한 지도·통제권을 강화하고, 권한·권능을 당규약으로 보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와 함께 당중앙위원회 지도기구의 기능과 권능도 확대했다. '당 지도기관 성원의 전시 활동 원칙'을 규정한 제15조와 '정치국의 전시(戰時) 권한'을 명시한 제27조가 신설됐는데, 북한 노동당 규약에 '전시' 관련 별도 조항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개정 당 규약은 새로 임명된 책임간부가 당 지도기관 성원이 되기 위해 거치도록 한 선거 절차를 전시에는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 정치국에 전시 중요 문제 결정권을 부여했다. 유사시엔 간부들의 인사 문제를 평시와 같은 절차 없이도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이 담당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인태 전략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말하는 전시의 당적 지도 관행을 규약에 성문화시킨 것으로 평가한다"며 "유사시 당 중앙위원회를 대체하는 정치국 중심의 국방 지휘체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은 개정 당규약에서 대남혁명노선과 통일노선도 전부 폐기했다. 이는 앞서 2024년 6월 '두 국가론'을 반영해 통일·민족 관련 문구를 당규약에서 삭제했으며, 관련해 개정된 내용이 반영된 당규약 전문이 이번 계기에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에서 '애국적민주역량과의 통일 전선을 강화' '조국의 통일발전과 융성번영을 위한 길' '민족의 공동번영' 등 표현이 사라졌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인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중략)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한다는 문장도 삭제됐다.
다만 '적대적' 문구가 담기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공식 석상에서 이 표현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규약과 헌법에는 해당 표현을 명문화하지 않고 있다.
김일기 전략연 평화공존전략세터장은 "국가 대 국가로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면서, (적대성을) 명문화했을 때 다가오는 부담을 감소시키고 남북관계 향후 여지를 남겨둔 것이 당규약과 헌법의 일관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입당 연령은 18세에서 20세로 높였다. 1956년 3차 당대회에서 입당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춘 이후 70년 만에 되돌렸다. 이는 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혁명과업(임무)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당원 자질을 평가받아 실제 노동당에 입당하면 대개 20세가 넘어간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최근 국가정보원의 관측에 대해 전략연은 김정은이 딸 김주애로의 후계 과정을 단순 4대 세습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미래 100년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진 전략연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가장 큰 핸디캡은 아버지 김정일의 본처에서 태어난 자식이 아니라는 '출생의 비밀' 지점"이라며 "김일성·김정일을 후광을 넘어서는 수령으로 스스로를 우상화하고,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를 이른 시기에 내세워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세습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심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