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주말 서울의 한 피부과를 찾았다. 병원에 설치된 광고 화면에서 시술 가격을 확인하고 상담받은 김씨는 결제 과정에서야 부가가치세(VAT) 10%가 별도로 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광고를 다시 살펴보니 화면 아래에 'VAT 별도'라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가격표에 명시된 금액을 그대로 지불하는 게 'K-관행'이다. 그런데 일부 피부과·성형외과 등 미용 목적 시술을 하는 병원에서는 여전히 부가세를 제외한 가격을 크게 내세우고 'VAT 별도'는 상대적으로 작게 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라인에서도 피부과의 'VAT 별도'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질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피부과 홈페이지에 금액이 적혀 있고 부가세 별도라고 돼 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쓰는 것이냐"고 묻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온라인 상담 게시판에는 "피부과 시술이 필요해 병원에 갔는데 100만원에 10% 부가세를 더해 110만원을 결제해야 한다고 하던데 이게 맞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미용시술에 부가세 10%를 받는 것은 문제가 없다. 의료보건 용역은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지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 목적의 의료 행위는 과세 대상이다. 2014년 2월부터는 기존 일부 성형수술뿐 아니라 미용 목적의 피부 관련 시술 등으로 과세 대상이 확대됐다.
부가세를 가격에 포함하지 않고 'VAT 별도'라고 표시하는 것도 현행 규정상 가능하다. 다만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과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실제 부담해야 할 가격을 쉽게 알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예컨대 피부과가 시술 가격을 '10만원(VAT 별도)'이라고 표시하면 실제 소비자가 내야 할 돈은 11만원이다. 특히 공급가액인 '10만원'을 크게 강조하고 'VAT 별도'를 상대적으로 작은 글씨로 표시하면 소비자는 10만원을 해당 시술 가격으로 먼저 받아들이기 쉽다.
소비생활 전반에서는 실제 지불가격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격 표시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음식점은 2013년부터 메뉴판에 부가세와 봉사료 등을 포함해 소비자가 실제 내야 하는 가격을 표시하도록 했다. 항공권 역시 소비자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포함한 총액을 표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부가세·봉사료 등을 별도로 표시해온 호텔업계도 최근에는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주요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객실 예약을 진행해 보니 대부분 부가세 등 소비자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포함한 최종 가격을 표시하고 있었다.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을 내세우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의료업계에서 근무했던 A씨는 "소비자는 가격에 꽤 예민한데 유인 효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가세를 작게 따로 표시하곤 했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제시된 가격을 최종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부가세 별도'라는 표기가 보이지 않거나 아주 작게 표시돼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면 정보 불충분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가격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부가세를 별도로 표기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