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남편이 시부모에게 증여받은 부동산까지 처분할까 걱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5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 남편은 해외여행 가서 카지노를 찾을 정도로 도박 중독이었다. A씨는 남편에게 도박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다정한 사람이었던 만큼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결혼했다.
하지만 얼마 전 A씨는 남편이 휴대전화로 온라인 바카라(두 장의 카드 숫자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남편은 이미 상당한 돈을 잃은 상태였다. A씨가 추궁하자 남편은 미안하다며 "이제 안 하겠다"고 맹세했다.
A씨는 남편이 최근 시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을 도박으로 잃지 않을까 걱정돼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 일부 지분을 넘겨받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고 싶지만, 시부모가 알게 될까 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당장 이혼하고 싶진 않지만 남편을 또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며 "나중에 또 몰래 도박에 손을 대 여기저기 빚지고, 그나마 있는 재산까지 날리면 어떻게 하냐. 증여받은 부동산만큼은 지켜서 이혼하더라도 빈손으로 나오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편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 부동산의 일부 지분을 아내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의 증여 계약서를 쓰고 공증을 받아두면 어떠냐"며 "남편이 나중에 부동산을 다시 시부모에게 넘기거나 담보로 잡고 빚을 낼 경우 공증받은 계약서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박수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증여 계약서를 쓰고 공증받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부동산 명의를 이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증 문서는 소송에서 강력한 증거가 되지만 등기 자체를 대신하진 못한다"며 "남편이 협조하지 않거나 이미 제3자에게 부동산을 넘긴 경우에는 남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해 판결받아야 강제 등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이 제3자에게 부동산을 넘기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해 버리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공증받은 증여 계약서가 있더라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며 "제3자가 남편의 처분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특별한 사정, 이른바 '반사회적 법률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런 위험에 대비하려면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해 미리 권리 순위를 확보하는 게 좋다"며 "가등기는 나중에 정식으로 등기할 예정이니 내 순위를 미리 확보해 두는 예약 등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유권을 당장 넘기지 않고 앞으로 넘겨받을 권리만 등기부에 미리 표시해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등기를 해 두면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넘기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해도 A씨가 가등기를 근거로 해 본등기를 하는 순간 후순위 등기는 모두 직권으로 말소된다"며 "가등기는 소유권을 넘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부모와의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