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37)로 추정되는 시신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숙소 인근에서 발견된 가운데 범죄심리 전문가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당시 제대로 수색이 이뤄졌다면 조기에 발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지적했다.
표 소장은 2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씨 실종 당시 상황에 대해 "실종된 시간과 신고자 진술, 외출 당시 복장과 소지품, CCTV(폐쇄회로TV)에 찍힌 모습 등을 종합하면 우선 도보로 짧은 거리를 이동했을 것으로 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이후 범죄나 사고를 당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당시 수색이 좀 더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느냐"고 묻자 표 소장은 "그때까지 생존해 있었을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발견 자체는 상당히 조기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답했다.
표 소장은 장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어떤 추정이나 단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공개된 내용을 보면 뚜렷한 타살 정황이나 제3자의 개입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경찰의 과학수사, 추가 수사를 통해 사망 원인과 제3자의 개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 소장은 장씨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범죄자가 경찰에 들어와 경찰의 직위와 권한, 시스템을 악용해 범죄 행위를 한 것"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책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 5월12일 제주시 한림읍의 숙소를 나선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가족은 사흘 뒤인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30대 A 경장은 장씨의 소재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채 약 2시간30분 만에 "장씨와 연락이 닿았고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가족에게 설명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A 경장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 관련 정보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가족은 장씨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두 달여 뒤 다시 실종 신고를 했고 이 과정에서 A 경장의 허위 사건 종결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재수색에 나선 뒤 지난 24일 오전 장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숙소에서 걸어서 10분가량 떨어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밭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의 옷차림은 장씨가 실종 당시 입었던 검정 후드 집업과 카키색 운동복 바지 등과 비슷했고 주변에서는 유류품도 발견됐다.
경찰은 A 경장이 다른 실종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달 2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역시 A 경장이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은 지난 22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장은 약 1년6개월간 실종 업무를 담당하며 298건의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현재까지 실종자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