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10년에도 '복붙 의결권'…"참여 확대 넘어 내실화 숙제"

조철희 기자
2026.08.25 13:47

형식적 의결권 행사 여전…"행사 여부 넘어 행사의 질 개선돼야"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실태/그래픽=윤선정

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를 위해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올해로 10년을 맞았지만 외형의 확대가 의결권 행사의 내실로까지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모든 주주총회 안건에 일괄 찬성하거나 의결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안건에도 같은 행사 사유를 반복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참여기관을 늘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개별 안건을 충실하게 검토하고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다음 과제라는 지적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산운용사 285곳이 공시한 4만6827개 주총 안건의 의결권 행사·공시 내역을 점검한 결과 모든 의안에 일괄 찬성한 운용사는 86곳(30.2%), 모든 의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운용사는 50곳(17.5%)으로 조사됐다. 두 유형을 합하면 136곳(47.7%)으로 금감원은 주요 미흡유형으로 지적했다.

의결권을 행사한 이유도 문제로 지적됐다. 운용사 121곳(42.4%)은 주총 안건의 절반 이상에서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 없음' 등 형식적인 사유를 기재했다. 내용과 유형이 다른 안건에도 같은 사유를 반복한 중복기재율은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31.1%로 대형사(11.6%)의 약 2.7배였다. 의결권 행사의 외형을 넘어 개별 안건을 분석하고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운용사 규모별 격차가 드러난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총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안건을 분석하고 판단 근거까지 작성하려면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의결권 업무를 뒷받침하는 인력·시스템의 차이도 의결권 행사의 질적 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모운용사 67곳 중 의결권 전담조직을 둔 곳은 18곳(26.9%), 관련 업무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한 곳은 20곳(29.9%)에 그쳤다. 금감원도 내부관리체계를 내실 있게 갖춘 운용사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의결권을 충실하게 행사·공시하고 주주활동에도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운용사는 의결권 분석을 고도화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의결권 행사 내역 검증·분석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 검토에 활용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투자기업 모니터링부터 비공개 대화, 주주서한과 의결권 행사, 사후관리까지 단계별 주주활동 절차를 마련했다.

금융당국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10년을 맞아 양적 확대에서 질적 이행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금감원은 운용사의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여전히 낮다고 진단하고 올해 처음 구체적인 점검 기준과 미흡사례를 업계에 공개했다. 앞으로도 점검 결과와 모범·미흡사례를 공개해 업무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참여 확대의 단계를 지나 실제 수탁자책임의 수준을 높이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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